오마이뉴스 인터뷰 사진서 배경 장소 파악
일행 1명 휴대전화 번호 알아낸뒤 위치추적
경찰 감시망을 뚫고 조계사를 빠져나갔던 ‘촛불집회 수배자’ 중 5명이 탈출 8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6일 오전 1시 45분경 강원 동해시 묵호동의 한 호텔에서 박원석(38) 한용진(44) 광우병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백성균(30) 미친소닷넷 대표, 김동규(34) 진보연대 정책국장, 권혜진(35)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 등 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촛불집회 수배자들이 잠적해 있는 장소를 파악하게 된 데는 박원석 실장이 최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가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4일 오후 5시경 박 실장 인터뷰 사진의 배경이 된 장소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카페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곳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박 실장이 이 카페에 ‘구두를 두고 간 것 같은데 거기 있느냐’는 전화를 걸었다는 것을 파악했다.
경찰은 이 전화를 추적해 전화를 건 장소가 신촌에 있는 레지던스식 호텔이었던 것을 파악했고 박 실장이 이곳에 투숙하면서 투숙객 명부에 남긴 휴대전화 번호를 확인했다. 또 호텔에 있던 폐쇄회로(CC)TV를 통해 박 실장이 타고 나간 차량도 알아냈다.
결국 경찰은 5일 오후 8시경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박 실장이 동해시 묵호동의 한 호텔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수사관 12명을 급파했다.
6일 자정 동해시에 도착한 경찰은 잠시 외출했다 호텔로 들어가던 권 사무처장을 먼저 붙잡았다. 이어 호텔 객실 안에 있는 나머지 4명을 모두 검거했다.
수배자들은 6일 오전 5시 반경 서울 종로경찰서로 이송돼 변호인 접견을 끝내고 경찰의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조계사 탈출 및 도주 과정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검거된 촛불집회 수배자들을 대상으로 7일경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 아직까지 행적이 파악되지 않고 있는 이석행(50) 민주노총 위원장, 오종렬(70) 진보연대 공동대표, 주제준(38) 진보연대 사무처장, 김광일(34) 다함께 운영위원 등 4명의 수배자를 검거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 화투에 잡혔다 ▼
구하러 나간 수배자 1명 먼저 검거… “쳤다” “안쳤다” 논란도
경찰이 동해시의 한 호텔에서 수배자들의 인원을 파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화투였다. 그러나 수배자들이 실제로 화투를 했는지에 대해선 경찰과 수배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6일 새벽 수배자들은 묵고 있던 호텔의 종업원에게 전화로 화투를 달라고 요구했다. 종업원이 거절하자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이 차에 있는 화투를 가져오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왔다. 잠시 후인 오전 1시 15분경 라면, 맛살 등을 가지고 호텔로 들어가던 권 사무처장이 경찰에 먼저 검거된 것이다.
경찰은 권 사무처장을 붙잡은 뒤 정확한 투숙객 수와 객실 안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종업원을 시켜 화투를 객실에 전해주게 했다. 화투를 전해주고 30분 뒤 경찰은 방안을 덮쳤다.
서울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박원석 한용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백성균 미친소닷넷 대표 등 3명은 화투를 치고 있었다”며 “이들 주위에는 판돈으로 보이는 100원짜리 동전과 1000원짜리 지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대책회의 측은 “관광객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카운터 근무자에게 찾아가 화투를 요청한 것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박영대 기자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박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