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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냄새… 춤추는인형… “철새쫓기 머리싸움 중”

입력 | 2008-11-06 06:49:00


“탕, 탕, 탕∼.”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북측 방조제 유수지 인근에서 조류퇴치요원들이 공중을 향해 공포탄을 발사했다. 도요새, 갈매기 떼가 상공으로 날아 유유히 선회한 뒤 바다 쪽으로 날아갔다.

요즘 공항 활주로 주변에서의 조류 퇴치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

겨울철새가 서서히 몰려오는 데다 영종도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공항 쪽으로 이동하는 철새가 늘어났기 때문. 내년 10월 개통 예정인 인천대교 건설 공사로 철새 집단 서식지인 영종도 남단 갯벌이 훼손되고 영종하늘도시 등 도시개발사업으로 녹지가 사라지자 이곳에서 둥지를 틀던 철새가 활주로 주변 유수지와 갈대밭으로 날아들고 있다.

활주로 주변에서 관측된 철새가 8월 2만3024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386마리보다 크게 증가했다. 10월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 9946마리보다 많은 1만3122마리였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조류 퇴치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대책은 순찰 강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소속된 30여 명의 퇴치요원이 하루 3교대로 활주로 일대를 순찰한다. 또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소속 자원봉사자 40여 명은 공항 외곽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보통 유효 사거리 30∼40m인 공포탄으로 새를 쫓지만 무리를 지어 이동 중인 철새 떼가 나타나면 150∼200m의 공중에서 폭발하는 원거리 공포탄을 쏘기도 한다.

퇴치 실무를 총괄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운항안전팀 남재우 씨는 “철새가 아주 영리하기 때문에 공포탄에 한두 번 정도 속고 그 뒤엔 총소리에 전혀 놀라지 않는다”며 “철새와 비행기의 충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퇴치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류가 기피하는 천연허브향을 초지에 뿌리거나 생포 덫, 조류 미끄럼틀, 스카이댄스(바람에 흔들리는 허수아비) 등 친환경 퇴치 장비를 시험 설치 중이다.

또한 철새가 싫어하는 음향발생기를 ‘업그레이드’하고 있기도 하다. 소리 도달 거리가 100∼200m에서 500m로 늘어난 증폭 음향발생기를 이동용 차량에 부착해 다닌다는 것.

이 밖에도 공사 측은 과실수를 없애 철새의 먹이사슬을 제거하는 등 퇴치 수위를 높여 나가고 있다.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는 서울대 수의과학대 유전자은행의 도움으로 항공기와 충돌한 조류의 혈흔을 채취해 분석한 뒤 첨단 퇴치 기법을 개발하기로 했다.

항공안전본부 공항환경과 정수용 서기관은 “항공기 운항 횟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조류충돌 건수는 항공기 1만 대당 1.26건으로 프랑스 1.84건, 스위스 2.38건보다 낮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 및 한국공항공사와 합동으로 첨단 조류퇴치기법 개발을 위한 용역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