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은 “증시 월요병 막아라” 금리 카드 꺼내 선제조치

입력 | 2008-10-27 02:58:00

박병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26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긴급경제장관회의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 오늘 임시 금통위 전격 소집

“위기대처에 소극적” 지적받던 한은, 적극 태도로 돌아서

한국은행이 다음 달 7일 정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예정돼 있는데도 27일 전격적으로 임시 금통위를 여는 것은 더 늦추다간 금융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한은과 금융당국이 1주일 전 ‘10·19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놨지만 이후 주가는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시장이 열리기 전인 오전 8시에 금통위를 여는 것도 월요일마다 주가가 폭락하는 ‘증시 월요병’의 재발을 막으려는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금융위기 대처에 다소 소극적’이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개입 시기와 강도를 저울질했던 한은이 이제 금융시장 불안 해소의 전면에 나선 셈이다.

18일만에 다시 인하할 듯

금통위는 27일 기준금리 추가 인하와 한은의 은행채 매입 방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최근 심각해진 원화 유동성 경색을 해소하고 시장금리를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런 점 때문에 금통위가 5.00%인 기준금리를 27일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금통위는 미국 9·11테러 직후인 2001년 9월 19일 임시 기준금리를 4.5%에서 4.0%로 0.5%포인트 낮춘 적이 있다.

연내 만기 은행채 25조

한은은 환매조건부채권(RP)에 은행채를 편입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은의 RP 대상은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 정도. 은행채가 RP에 새로 포함되면 은행의 자금조달이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 규모는 25조 원가량. 최근에 신용경색으로 은행채를 사려는 세력이 없어 3년물 은행채(AAA) 금리는 1월 28일 5.58%에서 10월 24일 7.87%로 급등한 상태다. 덩달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급등해 이에 연동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까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됐었다.

기준금리 인하와 은행채 매입 방안 모두 시중금리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기업과 가계의 대출금리도 내려가게 된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은행채를 RP에 편입시키면 시중유동성 흐름이 더 원활해져 시중금리의 하향 안정과 함께 서민 가계의 부담을 경감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비율 완화 추진

금융당국은 원화유동성비율(만기 3개월 이내 자산을 만기 3개월 이내 부채로 나눈 것) 관련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금융감독원은 ‘3개월 기준 100% 이상’인 원화유동성 감독기준을 ‘1개월 기준 100%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1개월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에 대해서만 유동성을 확보하면 돼 은행들은 높은 금리의 은행채 발행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외화유동성비율 역시 완화가 검토되고 있다.

대출 건전성 탄력 적용

이 밖에 은행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대출 건전성 감독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바젤Ⅱ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뒤 국내 은행들은 대출을 신중하게 운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더 기피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이 염려하는 부분. 사실 바젤Ⅱ는 선진국에서도 도입한 나라가 별로 없다. 금감원은 이런 점을 감안해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위험자산에 대한 가중치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 거래세 인하 검토

금통위가 은행채를 RP 대상에 포함시키면 증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한국증권금융에 맡긴 은행채를 한은이 사들이면 자산운용업계에 추가 유동성이 공급돼 증시를 안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주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펀드 투자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펀드 수수료 인하, 증권거래세(0.3%) 인하, 현행 15%인 주식 가격제한폭을 축소하는 대책 등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예금보호한도 상향 조정도 이전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 수준을 감안할 때 예금보장 확대나 금융회사 자본 확충을 실시할 단계는 아니지만 금융시장 상황과 다른 나라의 대응사례 등을 감안해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예금보장 확대는 실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