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락 증시서 내리면 사고 오르면 팔기 반복
전문가 “종목선정-장세예측 어긋나면 큰손해”
《외국인투자가들은 줄기차게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지만 주가가 급락할 때마다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증시 급등락기를 이용해 단타 매매로 수익을 올리려는 데이트레이더형 투자자가 상당수지만 주가가 바닥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고액자산가들이 뭉칫돈을 투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한 가치투자형 개미군단이다. 증시의 버팀목으로 등장한 개미 투자자들은 과연 달콤한 열매를 거둘 수 있을까?》
#1.투자자 박모(61) 씨는 지난주 초 증시가 급락하자 현대제철을 비롯한 철강주와 조선주 1억 원어치를 샀다. 다음 날 주가가 급등하면 하루 만에 많은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그러나 주가는 더 떨어져 원금이 30% 넘게 손실이 났다.
#2.장중 코스피 1,200 선이 무너진 10일, 한국투자증권 마포지점에는 고액 자산가 3, 4명이 주식 매입 주문을 냈다. 이 중 한 명은 40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정아 마포지점장은 “투자금은 때로 수십억 원에 이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 주가 급등락, 파도 타는 개미들
코스피가 79.16포인트 올랐던 14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오랜만에 1382억 원어치를 순매입(매입 금액에서 매도 금액을 뺀 것)했지만 개인은 80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코스피가 사상 최대폭으로 하락한 16일, 외국인은 620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무려 5700억 원을 순매입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이어 개인은 17일(코스피 33.11포인트 하락)에는 5827억 원어치를 순매입했으며 20일(26.96포인트 상승)에는 561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 개인투자자들이 나서서 매물을 받아주고, 개인투자자들은 반등장에서 주식을 파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여의도지점 곽상준 과장은 “이달 들어 장이 하루에도 5% 이상 급등락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지난달에 비해 단타 매매를 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수원지점 전인원 대리도 “지난주 변동폭이 큰 장세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잃은 투자금을 만회하기 위해 단기 매매를 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도 속속 유입되고 있다. 삼성증권 테헤란지점 류남현 부장은 “지난주부터 주가가 폭락하는 날 수억 원씩 투자를 하는 개인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일부 고객들은 금융주를 중심으로 단타 매매를 하고 있지만 우량주에 2, 3년간 묻어두겠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정아 지점장은 “고액 투자자 중에는 최근 1, 2년 동안은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가 주가가 많이 빠지자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 경우가 많다”며 “투자하는 종목도 업종 대표주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단타 매매는 위험, 가치투자는 보상 클 듯
개인과 기관, 외국인들이 많이 산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해 보면 지난해와 같은 상승장에서는 개인도 상당한 수익을 냈다. 그러나 올해처럼 급락하는 장세에서 개인들이 많이 산 종목은 기관과 외국인이 산 종목에 비해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사례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주가가 방향을 잃고 급등락을 반복하는 장에서 특별한 노하우 없이 단타 매매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폭락할 때 사서 반등할 때 팔면 수월하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지만 종목 선정을 잘못하거나 예측이 어긋나면 곧바로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인원 대리는 “단타 매매를 한 고객 중 일부는 하루에 10%씩 수익을 내기도 했지만 20∼30%씩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단기에 증시가 반등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국내 기업 주가는 기업의 가치와 무관하게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멀리 내다보고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