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할 건설사가 자구 노력을 하기보다는 정부 지원에만 의지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대전 지역의 미분양 주택은 모두 1881채였다. 같은 해 1월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났던 것. 향후 분양이 힘들 것임을 경고하는 지표였지만 A건설사는 이 지역 택지개발지구 분양 때 땅을 낙찰받았다. 당시 이 건설사의 한 임원은 “개발사업으로 ‘대박’을 낸 업체들을 보면 어려울 때 땅을 많이 모아둔 곳들이란 공통점이 있어 금융권 자금을 최대한 끌어 모아 입찰에 나섰다”고 귀띔했다.
최근 대전지역 미분양은 3000채를 넘었다. A건설사도 분양 후 10개월이 지났지만 계약률이 70%도 안 된다. 지금은 미분양 펀드가 물량을 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형 개발업체인 B사는 수년 동안 대형 주택사업이 진행될 만한 도심 곳곳에 땅을 사뒀다. 이른바 ‘알박기’를 한 것. 언젠가 인근 지역에 아파트 사업이 진행될 때 땅을 비싼 값에 팔려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당장 이달 말 돌아올 어음을 막기에도 버겁다. 이 업체는 땅을 토지공사 측에 매각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C건설사는 경기도의 한 택지개발지구에 땅을 산 지 2년이 지나도록 분양을 시작하지 못했다. 땅을 비싸게 산 데다 주변 집값이 하락세여서 분양가를 책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 주택사업팀의 모 부장은 “토지공사에 땅을 팔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건설회사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건설회사가 너무 많이 생겼는데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을 병행해 방만한 경영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행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