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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의 작가 김수현 “부모를 밥으로 생각하지 마라”

입력 | 2008-09-23 02:59:00


“그게 무슨 특별한 소재예요? 그냥 우리 사는 이야기지….”

평생 주부로 살아온 ‘뿔난’ 엄마 김한자(김혜자)의 가출, 아내에게 짓눌려 기 한번 못 펴고 살아온 중년 가장 김진규(김용건)의 반란, 여든 둘 할아버지 나충복(이순재)의 그레이 로맨스까지….

28일 종영하는 KBS 2TV 주말연속극 ‘엄마가 뿔났다’의 작가 김수현(65·사진) 씨에게 대한민국 가족의 현재를 꼬집어 냈다는 세간의 평가를 건네자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썼으며 (소재를 얻으려) 아줌마들이 모여 있는 사우나에도 가 본 적 없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를 끝냈는데 썩 명쾌하지는 않아요. 뭔가 허탈하면서 학대당한 기분이랄까. 성적표(시청률)도 나쁘지 않아서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최선을 다한 결과가 나온 거 같아요.”

19일 서울 KBS 별관에서 열린 ‘엄마가 뿔났다’ 종방연에 모습을 드러낸 김 씨는 뭔가 마뜩잖아 보였다. 제작 기간 내내 끊이질 않았던 연기자들의 건강 문제와 사고 때문인지 김 씨는 “드라마를 끝내고 나니 구사일생(九死一生)한 기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씨의 기분과 달리 ‘엄마가 뿔났다’는 21일 시청률이 42.7%(TNS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는 등 평균 30%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숱한 화제를 낳았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가장 논란이 일었던 대목은 한자가 1년간 집을 나가 원룸을 얻은 뒤 자유를 누리는 ‘엄마의 휴가’였다.

김 씨는 논란이 일 당시 자신의 홈페이지에 ‘한자의 탈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 씨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봉사한 한자가 가족 속에 함몰되어 버린 자신의 존재감을 좀 찾아보겠다는 게 왜 비난거리가 돼야 할까요”라며 “부모는 왜 휴식조차도 원해서는 안 되는 건지요”라고 반문했다.

김 씨는 이어 “더는 늙은 부모님께 아무것도 요구하지 마십시오. 부모가 늙으면 부모가 원하기 전에 자식이 스스로 먼저 알아 채워 드려야 할 때입니다”라며 “그저 나는 이 말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부모를 늬들 밥으로 생각하지 마라’”고 밝혔다.

특히 형용사 ‘뿔났다’는 최근 답답한 정치와 사회 상황에 대한 서민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의 파급 효과에 대해 무덤덤하게 반응하던 그도 ‘뿔났다’에 대해선 “사어(死語)가 될 뻔한 말을 회생시킨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합석한 드라마 제작사 삼화프로덕션 신현택 회장은 “앞으로도 이렇게 전 국민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작가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씨는 드라마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 묻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답했다.

“내가 내일 모레면 벌써 일흔이우. 여태껏 얼마나 많이 지껄여댔는지 난 더 할 얘기가 없어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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