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로 증시폐쇄 수모… 자원개발 ‘당근’ 내놔
최근 외국투자자들의 러시아 탈출로 유동성위기를 겪었던 러시아가 서방 자본과 물밑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고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가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그루지야전쟁 이후 미국 및 유럽 국가들과 각을 세우며 ‘마이 웨이’를 외쳤다. 건국 이후 최대 규모로 불어난 오일머니와 세계 2위의 국방력은 이 같은 행보를 뒷받침했다.
외국투자자들이 돈을 빼자 러시아 정부는 지난주 오일머니 7000억 달러(외환보유액+복지기금+예산잉여금) 가운데 1200억 달러를 금융시장에 풀었다. 그렇지만 금융위기가 해소될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의 RTS지수는 16일 11.47%(달러화 표시 기준) 급락하면서 5월 사상 최고점을 찍은 이래 57%나 떨어졌다. 증권시장이 이틀 연속 폐쇄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러시아 국책은행과 기업들이 미국 금융회사에 투자했다가 회수하지 못한 돈을 감안하면 러시아의 손실은 오일머니의 3분 1에 육박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여기에다 러시아 국내자본의 해외 도피 현상도 나타났다.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은 21일 최근 해외로 도피한 자본이 최대 1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러시아는 서방 자본에 대해 물밑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사진) 대통령은 서방 언론 및 투자자들과 대화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러시아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지 개선안으로는 러시아 재야인사에 대한 탄압 중지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미국의 금융재제를 받았던 이웃나라 벨로루시가 민주화 인사를 석방한 뒤 서방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러시아도 이런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
서방 다국적 기업에 대해 러시아 자원 개발 참여 분야를 확대하고 서방에 거친 말을 쏟아놓았던 러시아 정부 내 강경파에 대한 인사 조치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그루지야 분쟁지역인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 인정에서는 양보의 뜻을 비치지 않아 서방이 러시아의 화해 제스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