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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뚝심 야구’

입력 | 2008-08-18 02:55:00


中에 11회 승부치기 승리… 美-日엔 9회 뒤집기

홈런쳤던 이대호에 번트 작전

왼손투수 상대 왼손 대타 ‘승부’

이틀간 경기 - 연장도 승부못내

침묵하던 이승엽 끝내기 안타

‘베이징 대첩’이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16일 베이징 우커쑹 야구장 제1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예선 풀리그에서 숙적 일본에 5-3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프로 선수가 참가한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부터 일본과 23번 맞붙어 12승 11패로 앞섰다.

야구대표팀은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모두 9회에 승부를 뒤집는 역전극을 연출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 일본을 연파한 한국 야구의 힘은 김경문(두산) 대표팀 감독의 도박사를 방불케 하는 승부수와 믿음의 야구에서 비롯됐다.

한국은 14일 비로 연기돼 17일 6회말부터 계속된 중국과의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연장 11회 승부치기 끝에 1-0으로 이겼다. 승부치기란 연장 11회부터 무사에 주자 2명을 1, 2루에 보낸 상태에서 공격을 진행하는 것. 한국은 11회말 무사 1, 2루에서 정근우(SK)의 보내기 번트 때 중국 투수 루젠강이 3루로 던졌지만 주자가 모두 세이프되면서 만든 무사 만루에서 이승엽(요미우리)의 끝내기 왼쪽 안타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한국은 쿠바와 함께 4승으로 공동 선두에 올라 사실상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일본과 미국은 2승 2패로 공동 3위.

한국은 18일 낮 12시 반 선발 봉중근(LG)을 내세워 대만과 5차전을 치른다.


▲ 영상취재 : 베이징 = 황태훈 기자

▽압박 그리고 도박=김 감독은 감(感)을 믿는다. 그의 승부수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적중했다.

이대호(롯데)는 일본에 2-2로 맞선 9회초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댔다. 미국과 일본전에서 2점 홈런을 날린 이대호의 번트는 뜻밖이었다. 김 감독은 진갑용(삼성)이 볼넷을 얻어 계속된 1사 1, 2루에서 일본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주니치)가 왼손 투수임에도 왼손 타자 김현수(두산)를 대타로 내 승부를 뒤집었다.

15일 캐나다와의 경기에 류현진(한화)을 선발로 내세운 것도 그렇다. 류현진은 3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대륙별 플레이오프에서 캐나다팀을 맞아 1과 3분의 2이닝 동안 홈런 1방 등 3안타 3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급성 장염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다시 기회를 줬고 류현진은 완봉승으로 화답했다.

▽치고 달리며 흔들기=김 감독은 ‘뛰는 야구’를 즐긴다. 주자에게 기회가 되면 뛸 것을 지시한다. 투수와 내야진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종욱(두산)은 일본에 3-2로 앞선 9회초 2, 3루에서 3루수 앞 번트 안타로 1타점을 올리더니 2루 도루를 시도해 일본 포수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의 2루 악송구를 유도하며 3루까지 내달렸다. 그 사이 3루 주자 김현수는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13일 미국과의 경기에서 6-7로 뒤진 9회말 대타 정근우가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빠른 발을 이용해 김현수의 2루 땅볼 때 3루, 이택근의 2루 땅볼 때 홈까지 뛰어들어 동점을 만든 것도 뛰는 야구의 백미였다.

▽믿음과 뚝심의 야구=김 감독은 이승엽이 부진하지만 4번 타자로 계속 기용했다. “승엽이는 감독만큼이나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많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제몫을 해줄 것”이라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

김 감독은 일본 호시노 센이치 감독과의 신경전에서도 의연했다. 호시노 감독은 지난해 12월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이 위장 오더를 낸 것에 대해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난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경기로 보여주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리고 일본에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다. 뚝심의 승리였다.

베이징=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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