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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허문명]철도 르네상스

입력 | 2008-07-22 03:01:00


미국영화 ‘스테이션 에이전트(station agent·역무원)’는 낡은 기차역을 무대로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만나 정을 나누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일본 영화 ‘철도원’도 시골 역장이 정년을 앞두고 되돌아보는 삶을 그린 내용이다. 기차 하면 따뜻한 서정이 느껴진다. 외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노선과 역이 있는 철도대국 일본에는 ‘기차 오타쿠(마니아)’들이 오타쿠 3대 무리에 들어갈 정도다. 발차할 때 나오는 음악이나 안내방송 직전에 나오는 멜로디만 외워 연주하는 사람까지 있다.

▷세계 곳곳에서 찬밥 신세였던 철도가 바야흐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6월 900만7164명이 기차를 이용해 2001년 6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내선 항공망과 고속도로에 치이고 시설투자 부족으로 1인당 이용거리가 일본의 7.3%에 불과했던 미국 철도산업도 주식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의 주식 11%를 사들여 이 회사 최대 주주가 됐다. 영국에서도 철도화물이 지난 10년간 70% 가까이 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사양산업이었던 철도산업에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가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비용이 싸게 먹히는 경제성 때문이다. 철도로 화물을 운반하면 연료비가 장거리 운송 트럭에 비해 3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좀 더 빠르고 신속하게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로보다 4∼8배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자동차보다 훨씬 적어 친환경적이다. 디젤 열차의 경우 승객 1인당 평균 배출량이 자동차의 45% 수준, 단거리 항공기의 27%에 불과하다.

▷한반도 대운하가 물 건너간 지금 그 노력과 예산을 철도로 돌릴 때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가에서 운하는 물류(物流)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우리는 1970년대 이후 도로에 비해 철도 투자에 소홀했다. 고유가와 지구온난화가 지구촌의 최대 난제로 대두한 이 시대에 철도와 원자력발전을 빼놓고는 해결책을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다. 경부고속철도 건설도 앞당기고 막연한 계획만 잡혀 있는 호남 동서 고속철도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