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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英 ‘인터넷 폭력 차단’ 법제정 나섰다

입력 | 2008-06-25 02:58:00


불법 콘텐츠 年 43%씩 증가… 위기의식 확산

“검열” 반발속 “타인 명예보호 우선” 힘 얻어

美-日선 청소년들 대상 ‘네티켓’ 교육 강화

정보의 확산과 공유가 자유로운 인터넷 세상은 예기치 않은 부작용도 낳고 있다. 웹 게시판상의 비방을 넘어 아예 전화를 통한 언어폭력이나 물리적 폭력을 선동하는 사례도 전 세계에서 늘어나고 있다. 위험수위가 넘었다고 판단한 유럽 국가들과 미국 일본 등이 떠오르는 ‘인터넷 폭력’의 제거에, 나아가 건전한 인터넷 에티켓을 뜻하는 ‘네티켓(Netiquette)’ 보급에 팔을 걷고 나섰다.


▽유해정보 중에서도 ‘폭력 선동’ 급증=“우리 편으로 넘어오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 2004년 독일 신나치 집단이 극단주의를 반대하는 웹 사이트에 올린 메시지 중의 하나다.

일부 신나치 집단은 주장이 다른 사람들의 명단과 주소 전화번호를 인터넷에서 퍼뜨리는가 하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사에 대한 테러도 암시하기 일쑤다.

범세계 차원의 인터넷 유해정보 신고센터인 국제인터넷핫라인협회(INHOPE·International Association of Internet Hotlines)는 지난해 연례보고서에서 폭력과 테러를 부추기는 온라인 불법 콘텐츠가 매년 43%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INHOPE에는 한국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세계 29개국이 가입했다.

INHOPE 통계에서는 유해정보 중에서도 폭력과 외국인혐오증을 선동하는 콘텐츠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 기구가 2004년부터 2006년 사이 가입국 법 집행기관에 조사를 의뢰한 유해정보만 16만2000여 건이다.

인터넷 기술 진전에 따라 실정법으로 적발하기 어려운 신종 범죄에 대해서도 각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독일 정부는 올해부터 인터넷 익명성 뒤에 숨어서 활동하는 집단을 추적하는 법 제정에 나섰다. AP통신은 올해 1월 독일에서 e메일 계정 또는 웹 사이트 개설 시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마련됐다고 최근 전했다. 온라인 협박을 오프라인 범죄와 같은 방식으로 처벌하는 영국도 비슷한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표현의 자유’ 논란도=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영국과 독일의 규제는 인터넷 공간에서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을 주장해온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인터넷 정보교류 전문가 샌디 스타 씨는 유럽안보협력기구가 발행하는 간행물 ‘인터넷 악담(Hate Speech)’에서 인터넷 콘텐츠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콘텐츠가 불법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다면 신고해 달라’는 영국 IWF의 권고가 ‘사실상 검열’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반(反)사이버혐오국제연대 간부인 로널드 아이센스 씨는 “죽음과 폭력을 교사하는 인터넷 악담이 표현의 자유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국가 대부분은 ‘자유권의 행사에는 타인의 권리와 명예를 보호할 책임이 따른다’는 유엔 시민권 및 정치권 규약에 따라 인터넷 극단주의의 규제가 표현의 자유와 충돌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각국 “네티켓은 선진국의 척도”=유럽연합(EU)에 뒤늦게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은 청소년을 상대로 인터넷 예절을 뜻하는 네티켓과 위험 방지 교육에 열중이다.

북유럽 신흥 공업국으로 발돋움하는 리투아니아 정부는 불법 콘텐츠에 의한 인터넷 오염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사이버 건전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 학교들의 온라인 협의체인 ‘유러피언 스쿨넷’과 ‘EU 키즈 온라인’ 등은 ‘유럽인터넷안전의식네트워크’를 창설하고 인터넷이 늦게 보급된 동유럽 국가에 네티켓을 집중 보급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협박이나 중상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주리 주에서 13세 소녀가 미국 최대 사회관계망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닷컴에서 협박을 받은 뒤 자살하면서 미국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미주리 주는 인터넷을 통한 협박을 처벌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특히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청소년 인터넷 예절교육이 활발한 편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단체로는 ‘사이버스마트’, ‘겟넷와이즈’, ‘아이킵 세이프’ 등이 있다.

최근에는 일부 연방의원도 참석한 가운데 인터넷 교육 사이트들이 중심이 된 ‘안전한 컴퓨터 사용을 위한 전국 연대’가 출범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e메일을 통한 비방과 중상 피해가 적지 않은 일본도 교육지자체나 학교 단위에서 인터넷 매너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홋카이도(北海道) 교육위원회는 3월 기본적인 메일 작성 매너, 유해정보 차단 기능에 대한 설명을 담은 책자 32만 부를 만들어 초등학교 5학년생부터 고교생까지의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문부과학성 산하 일본교육공학진흥회도 2007년 교사용 인터넷 매너 지도서를 전국 3만8000개 초중고교에 배포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