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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강행하면 더 큰 저항에 부닥칠 것”

입력 | 2008-06-17 18:26:00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는데도 정치파업을 강행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현대차 노조)가 한미 쇠고기 협상 무효화를 위한 민주노총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사실상 부결시킨 뒤 조합원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 인터넷 홈페이지는 17일 파업 반대 의견이 폭주했다. 방문자가 한꺼번에 몰려 이날 오전 3시간가량 접속이 안 될 정도였다.

하지만 집행부는 "찬반투표가 가결됐다"며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계획을 거듭 밝혔다.

▽조합원 반대 의견 잇달아=현대차 노조 홈페이지에 ID를 '현장 조합원'이라고 밝힌 조합원은 "민주노총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는데 파업을 강행하려는 저의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정치파업을 하려면 집행부가 총 사퇴하고 산별노조도 탈퇴하라. 조합원 뜻을 무시하는 노조는 필요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현대차 지부 규정에 따르면 부결된 것이 명백한데 왜 가결됐다고 하는지. 그러면 파업 찬반투표는 왜 한 거냐"(ID 초롱이) "눈 감고 귀를 막고 있는 것은 이 정부나 노조 집행부나 마찬가지"(ID 따라쟁이시러)라는 글도 나왔다.

노조 사무실에는 파업을 강행하려는 집행부를 규탄하려는 전화가 폭주했다.

울산의 1공장에서 만난 조합원은 "현대차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파업에 반대한 셈이다. 집행부가 무리하게 파업을 강행한다면 더 큰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현장 조직은 파업 반대 대자보를 회사에 붙이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일부 대의원과 현장 조직이 파업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20여건 붙였다.

19년차 영업사원이라는 조합원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홈페이지에 "투쟁에도 때가 있고 명분이 있어야 한다. 전 국민과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고유가로 고통 받는 이때 제발 파업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앞의 식당 주인(56)은 "모든 것이 어려운 올해만큼은 제발 파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지도부는 파업 강행키로= 집행부는 "민주노총의 찬반투표는 가결됐다"는 며 파업 강행방침을 고수했다.

조합원 사이에서 비판의견이 잇따르자 현대차 노조 윤해모 지부장은 이날 오후 2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산별노조에서는 전체 조합원의 의사가 중요하지 지부의 개별적 투표 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상급 노동단체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파업을 가결하면 지부가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대통령 선거에서 한 지역에서 특정 후보의 득표가 낮다고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듯이 현대차 지부는 투표자 대비 57%가 찬성했기 때문에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우헌 공인노무사는 "노동 관련법과 현대차 지부 규정에 '과반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한다'고 규정돼 있으므로 16일 개표 결과는 당연히 부결"이라고 말했다.

울산지검 관계자도 "관련법과 현대차 지부 규정에 따르면 부결된 것이 명백하다. 지금까지는 재적 조합원과 투표자 대비 모두 과반수이상으로 가결돼 논란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재적 조합원 대비 과반 미달이어서 집행부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 교섭 부진을 이유로 26, 2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다시 하는 속사정은 불법파업 논란에서 벗어난 뒤 다음달 2일의 민주노총 파업에 동참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나온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