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고승 100人 100日 법문…대구 법왕사 ‘백고좌대법회’18일부터

입력 | 2008-06-13 02:58:00


매일 한 명씩 100명의 고승대덕(高僧大德)이 100일 동안 펼치는 법문의 향연.

신라 때부터 이어져 오다 13세기 말 중단됐던 한국 불교의 장엄한 전통, 백고좌(百高座) 대법회를 만난다. 18일부터 9월 30일까지 대구 수성구 비슬산 자락 법왕사에서 열리는 ‘한국 불교 고승 초청 경률론(經律論) 백고좌 대법회’. 100명의 고승으로부터 불교경전에 관한 설명뿐만 아니라 중생의 번뇌를 씻어주는 금구성언(金口聖言·부처의 설법)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백고좌는 ‘인왕반야경(仁王般若經)’을 읽으며 국태민안을 기원했던 전통 불교 법회. 613년 신라 진평왕 때 경주 황룡사에 백고좌를 차리고 원광법사 등을 맞아 설법하면서 시작됐다. 원광법사는 사군이충(事君以忠·충성으로 임금을 섬긴다), 사친이효(事親以孝:효도로 어버이를 섬긴다) 등 화랑의 ‘세속 오계’를 지은 스님이다.

이 법회를 열 때는 100개의 부처상과 100개의 보살상을 모셔 놓고 100개의 사자좌를 마련하여 100명의 법사를 초청해 반야경을 강의하도록 했다. 사자좌 앞에는 100개의 등불을 밝히고 100가지 향을 태우며 100가지 색깔의 꽃을 뿌려 공양하곤 했다.

13세기 말 고려 말∼조선 초에 중단됐던 이 법회가 되살아난 건 1994년. 법왕사 주지인 실상 스님이 힘을 기울였다.

“불자들에게 있어 100일 동안 쉼 없이 고승대덕의 설법을 듣는다는 것처럼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좋은 전통 법회가 사장되면 안 되겠다 싶어 전국 곳곳을 찾아다녀 100분을 모셨습니다.”

이후 14년째 매년 한두 차례씩 계속돼 온 백고좌 법회. 이번 법회에 참가하는 스님 100명은 모두 법랍 30년 이상의 고승이다. 첫째 날인 18일 법문을 하는 조계종 원로 의원 고우 스님을 비롯해 전남 백양사 청량원 주석 암도 스님, 경북 영천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지안 스님,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 대전 무상사의 벽안(碧眼)의 무심 스님, 서울 동산불교대학장 무진장 스님, 서울 한국교금강선원 총재 활언 스님, 전남 죽림정사 조실 도문 스님,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 조계종 원로 의원 정무 스님, 100일째인 9월 30일 법문을 하는 합천 해인사 율주 종진 스님 등.

이들 100인은 경률론 삼장(三藏) 등 불경의 내용을 깊이 있게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일상의 깨침을 얻을 수 있는 법문도 다양하게 나온다.

실상 스님은 “모두 관심 분야가 다르고 생각도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면서 “현실 감각에 맞고 삶의 번뇌를 물리칠 수 있는 단비 같은 말씀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법회 시작 전날인 17일 오후 7시 백고좌 법회 전야제 산사음악회가, 20∼22일 ‘산사의 향기를 따라 설악산 봉정암 순례법회’가 열린다. 마지막 날인 9월 30일엔 종진 스님이 참석자들에게 보살계(불자들이 지켜야 할 계율)를 수여하는 보살법회도 연다. 053-766-3747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