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박물관, 분자가속기로 분석
영화 ‘인디애나 존스와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에 남미 고대 문명의 유물로 등장하는 크리스털 해골은 가짜라고 프랑스 박물관복원연구소(C2RMF)가 밝혔다.
C2RMF는 최근 파리 케브랑리 박물관이 소장한 크리스털 해골(사진)을 분자가속기에 통과시켜 적외선과 수분을 관찰한 결과 19세기에 만들어진 것임을 밝혀냈다.
이브 르 뷔르 케브랑리 박물관 부관장은 27일 르 피가로에 “해골의 정교한 홈이 현대적 보석 가공 도구를 사용했음을 드러낸다”며 “이 같은 정밀성은 크리스털의 사용이 아주 드물었던 콜럼버스 이전의 남미 문명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해골의 입수 경로는 18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고학자이자 수집가 알퐁스 피나르는 골동품상인 외젠 보방에게서 이 해골을 포함해 많은 귀중품을 구입했다. 3년 후 가산을 탕진해 빈털터리가 된 피나르는 남미 탐험대의 조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수집품을 프랑스 정부에 넘길 수밖에 없었는데 이 중에 크기 11cm, 무게 2.5kg의 크리스털 해골이 들어 있었다. 처음 트로카드로 민속박물관에 전시됐던 이 해골은 케브랑리 박물관으로 옮겨진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해온 ‘스타급’ 전시품이다.
투명 수정을 다룬 놀라운 솜씨에 매료된 사람들은 이 해골을 아스테카 문명의 유물이라고 믿어버렸다.
그러나 똑같은 해골을 소장하고 있는 대영 박물관과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의문을 제기했다. 두 박물관은 이 해골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톱니바퀴로 연마한 흔적을 발견했다. 아스테카 문명은 바퀴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C2RMF가 발표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이 해골이 가짜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크리스털 해골은 외계인이 만든 것이며 흩어진 13개의 크리스털 해골이 아스텍 피라미드에 모이는 날 인류의 미래가 드러난다’ 등 신비한 전설까지 생겼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