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옥엽 외동딸이 돼지코를 달고 태어났다.
많이 놀랐지만 ‘완벽하게 예쁜 코를 만들어주면 되지 뭐’ 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며 초일류 성형외과를 찾아간 귀족 재산가 부부.
그런데 검진을 마친 의사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수술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청천벽력이 따로 없다.
“코 속으로 경동맥이 지나가고 있어요. 수술하면… 죽습니다.”
죄 많은 조상 탓에 저주받은 코를 달고 태어난 소녀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페넬로피(Penelope·사진)’. 이 영화는 “코가 못생겼으면 수술하면 되잖아?”라는 관객의 의문을 이렇게 원천봉쇄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경동맥은 머리로 피를 보내는 혈관. 하지만 실제로 경동맥이 코 내부를 관통하는 기형이 있을까.
“재미있지만 억지스러운 발상입니다. 설령 경동맥이 코 속을 지나간다고 해도 현대의학 기술로 보정이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방사익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
영화 속 페넬로피(크리스티나 리치)는 현대의학의 도움 없이 진실한 사랑의 힘으로 저주에서 풀려난다. 페넬로피를 구원하며 자기 자신의 삶도 구원하는 착한 남자 맥스(제임스 매커보이). 그의 매력은 이 영화를 지탱하는 큰 미덕이다. 2005년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 염소다리 ‘툼누스’ 역을 맡아 보여줬던 해사한 미소. 여전하다.
번듯한 남편감과 함께 앙증맞은 ‘사람 코’를 얻고 예뻐진 딸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도 잠시. 허영심 많은 페넬로피 어머니는 성형수술로 코를 좀 더 높이라고 권한다.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외면하는 가족들에게 그녀가 절규한다.
“왜? 내 생각이 틀렸어? 다들 예뻐지려고 미친 세상이야!”
코는 쌍꺼풀과 함께 가장 흔하게 성형을 하는 부위. 하지만 페넬로피 어머니는 “코 성형 후 염증으로 수술부위가 수축해 들창코가 되는 부작용이 1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는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외모보다 성품이 중요하다’는 주제를 견지한 이야기의 흐름이 어머니의 돌변으로 결말부에서 살짝 기우뚱하는 느낌이다. 이 영화의 제작자는 널찍한 주걱턱으로 유명한 여배우 리즈 위더스푼. 처음으로 만든 영화에서 외모 콤플렉스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았던 것 같다. 12세 이상 관람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