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통합민주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쇠고기 협상 무효화 추진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운데)와 박홍수 사무총장(왼쪽)이 광우병 관련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안철민 기자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왼쪽)는 5일 긴급 담화문을 내고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은 검역주권을 포기한 협상”이라고 비판했다. 안철민 기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정국의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여야 정당들이 국민 여론도 얻고 실리도 챙기기 위한 묘수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쇠고기 문제가 국민의 먹을거리와 직결되는 정서적 사안인 데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관심이 폭발하면서, 당 지지도가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 민감한 정치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여야는 또 쇠고기 문제가 자칫하면 반미와 친미라는 이념적 쟁점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인식 아래 매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정하는 데 골몰하는 형국이다.
쇠고기 수입에 대한 찬반을 놓고 보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양쪽 끝에 서 있고 그 사이에 친박연대, 자유선진당, 통합민주당이 차례대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 한나라당 “정국 주도권 잃을 수도”
한나라당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합의한 만큼 적극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무작정 찬성만 하다간 여론을 등질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처음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키고 농가 대책만 충실히 세우면 별일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젖어 있었지만, 뒤늦게 여론의 심각성을 깨닫고 조건부 재협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5일 “2002년 효순 미선 양 사망 사건을 가볍게 보다 대선 직전 전국적인 촛불시위로 번지면서 대선 패배로 이어진 악몽을 떠올리는 이가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나라당은 4·9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긴 했지만 18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정치적으로 밀리면 향후 정국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촛불집회에 야당이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 민주당 “여론은 우리 편” 강경
민주당은 여론에서 주도권을 잡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당 방침이 ‘수입 재개는 불가항력→정부를 질타하되 종료된 협상은 인정→재협상 요구’로 갈수록 강경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 촛불집회가 본격화하면서 ‘국제무역의 관행과 상식’을 강조해온 보수성향 또는 도시지역 의원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노당과 달리 장외 집회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자칫 반미 정당이란 오해를 사기 쉬운 데다 야당 개입설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당일 때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해온 일이라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곤혹스러운 문제다. 쇠고기 수입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재협상을 요구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은 이런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 선진당 “검역주권 포기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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