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노 현에 있는 사찰 젠코사의 문 위에 누군가가 흰색 스프레이로 그린 낙서가 남아 있다. 국보로 지정된 이 사찰에선 20일 회랑기둥과 문 등 7곳에서 낙서가 발견됐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나가노 사찰서 7군데 발견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사찰에 누군가가 낙서를 한 사건이 발생해 열도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피해를 본 사찰은 나가노(長野) 현 나가노 시에 있는 젠코(善光)사로 당초 베이징(北京) 올림픽 성화 봉송로의 일본 내 출발 장소로 지정됐던 곳이다.
젠코사는 18일 문화재 보호와 티베트 사태 등을 이유로 성화 봉송식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해 낙서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21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젠코사 측은 20일 오전 5시 40분경 국보로 지정된 본당의 회랑 기둥과 문 등 7곳에서 원과 직선 모양의 낙서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범인이 흰색 스프레이를 사용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원의 최대 지름은 80cm, 직선의 최대 길이는 1.3m이다.
사찰 측은 근처 공원에 주말을 이용해 꽃놀이를 나온 시민들이 밤늦게까지 있었지만 19일 오후 11시경 사찰의 당직 직원이 순찰을 돌 때까지만 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젠코사에는 평소 직원 2명이 본당 안에서 숙직을 하고 있으며 19일에는 사찰 측이 2명의 직원을 추가로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경찰도 26일 열리는 성화 봉송 출발식을 앞두고 나가노 시 전역의 경비를 대폭 강화한 상태였다.
이번 낙서사건이 성화 봉송과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찰 측은 성화 봉송 출발식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한 18일 이후 약 200건의 전화가 걸려 왔지만 협박전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일본 국민은 “젠코사가 성화 봉송 출발지로 지정됐다가 빠지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던 만큼 사찰이나 경찰 측이 더 철저하게 경비를 해야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본 문화재가 낙서 때문에 수난을 겪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본 문화청에 따르면 국보와 중요문화재에 대한 파손 및 낙서 피해는 지난해까지 3년간 20건에 이르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06년 4월에는 나라(奈良) 현에 있는 호류(法隆)사 동대문의 기둥에 돌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낙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호류사는 동대문을 비롯해 국보만 18점을 보유한 사찰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