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을 당한 여고생과 가족이 범인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신고하러 갔지만 경찰은 관할이 아니라며 돌려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가해자는 성폭행 충격으로 음독자살을 시도한 여고생의 병원까지 찾아와 흉기를 휘두르던 상황이었다.
성폭력 피해자인 A 양 자매와 어머니 송모(42) 씨가 서울 서부경찰서를 찾은 것은 지난달 26일.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이들은 같은 동네에 사는 성폭행범 김모(33) 씨의 보복이 두려워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3일 뒤 자료를 갖고 오라는 말을 듣고 그간 있었던 일을 일기에 적어 29일 오전 10시경 서부경찰서를 다시 찾았다.
하루 전에 송 씨는 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을 면담해 “검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수사과장은 29일 “관할이 아니니 담당서에 인계해 주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그는 “28일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관할 사건인 줄 알았는데 다시 이야기를 들어 보니 관할이 아니어서 그랬다. 그 대신 담당 여경에게 직접 일산경찰서에 가서 사건을 인계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사건을 맡았던 여경은 “일이 많아 직접 가지는 못했고 일산경찰서에 전화로 ‘급한 상황이니 빨리 처리해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송 씨 가족은 결국 오후 4시경 일산경찰서로 돌아가 신고했고 피의자 김 씨는 이날 오후 9시경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10여 년 전부터 송 씨 부부와 알고 지내던 김 씨는 1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A 양과 A 양의 여동생(중학생) 및 친구를 1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