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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현모양처형 여자 기다려요”

입력 | 2008-04-14 07:53:00


“현모양처형 여자가 좋아요.”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통해 자타가 인정하는 ‘훈남’으로 꼽히는 이범수. 그가 자신의 이상형으로 꼽은 여인상은 예상외로 너무 ‘평범’했다.

그는 요즘 SBS 드라마 ‘온에어’(극본 김은숙·연출 신우철)에서 열정과 진지함, 순박함을 두루 갖춘 매니저 장기준 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김하늘이 연기하는 오승아의 짜증나는 투정과 신경질도 모두 받아주는 그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현재 안방극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남자 캐릭터다.

하루도 빈틈이 없이 진행되는 드라마 스케줄로 도무지 시간을 내지 못하는 이범수를 경기도 일산의 촬영장에서 어렵게 만났다. 계속되는 촬영 짬짬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이상형으로 “현모양처형의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담담하지만 거침없이 말했다.

‘어진 어머니와 착한 아내’로 풀이되는 현모양처는 80년대까지 미인 대회 출전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의 장래희망으로 언급했던 모델이고, 심지어는 아이들의 장래희망란까지 등장했던 여성상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배제한, 보수적인 남성적 시선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돼왔다. 이범수도 그런 시선을 의식한듯 “고리타분하거나 보수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부연설명을 했다.

“현모양처가 오로지 집안일에 매진해 아이 잘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 잘하는 아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나 또한 그의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원한다.”

그러면 이범수는 지금 자신의 곁에 그런 이상형의 여자가 있을까. 이범수는 “한동안 아무 생각 없다가 지난해 말에 소개팅을 통해 몇 분의 여성을 만나봤다”면서 “사람 맘이 뜻대로 되지 않아 좋은 관계로 발전하지는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지금은 만날 시간도 없고 만나는 사람도 없다”고 못박는다.

사실 이범수에게 연애와 사랑은 어쩌면 자신을 채찍질하고 좀 더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과 같은 것일지 모른다. 몇 년 전, 아픔을 경험했고 “그 아픔이 없었다면 새로운 발전 없이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았을까”라고 뒤돌아보기 때문이다.

이범수는 “한때 어릴 적부터 꿈꿨던 배우의 꿈을 이룬 뒤 더 이상 꿈을 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순간 꿈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시간이 필요했고 “배우 이범수의 상품성을 제대로 보여주자는 결심”도 다시 섰다. 자신을 추스르기 시작해 이제 ‘훈남’의 이미지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이범수는 17년 동안 스크린을 주 무대로 활동하다 무대를 바꿔 TV에 뒤늦게 진출해 보란 듯이 성공한 거의 유일한 경우다.

마치 몸에 꼭 맞는 정장을 바꿔 입듯 유연하게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 그는 ‘외과의사 봉달희’로 SBS 연기대상 프로듀서상, 베스트커플상, 10대 스타상 등 안방극장 새로운 ‘훈남’으로 각종 인기상을 거머쥐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극단적이고 이기적인 오승아 나도 저랬을까 싶을 땐 오싹”

SBS 인기 드라마 ‘온에어’ 속 매니저 장기준. 그가 배우로서 매니저 역을 연기하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극중 오만한 스타 오승아(김하늘)의 모습에 자신이 비친 적은 없을까. 매니저에게 이범수는 어떤 배우로 다가갈까. 세 가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다.

○오승아에게서 자신을 보다.

이범수는 “오승아의 나쁜 점은 싸가지 없고 극단적이고 일방적인 부분”이라면서 “오승아의 극단성과 이기적인 모습을 보면서 ‘나도 혹시 저랬을까’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팀워크를 발판삼아 작품 활동을 하는 배우에게 그런 모습은 철저히 경계해야 하는 것.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이범수는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매니저와 배우간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매니저 역을 하다보니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겠다”며 “난 정확한 것을 원하는 스타일이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요구한다. 그게 원활하지 않을 때 자신을 책임질 사람이 본인 밖에 없다는 점에서 배우는 외롭다”고 말했다.

○ 매니저 장기준과 ‘통하다’

“사람들이 너를 사랑하게 만들지 마 그럼 거기서 끝이야. 너를 동경하게 만들어.”, “신인은 몸매를 보여주지만 스타는 자신의 영혼을 보여준다,”, “길을 걸을 때도 오물을 뒤집어써도 배우는 배우여야 한다.”

이범수가 꼽은 가장 공감 가는 ‘온에어’ 대사다. 그는 “나도 마음 속으로 항상 갖고 있는 생각이다”라며 웃었다. 이범수는 “배우는 보여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러한 생각은 지난해 ‘외과의사 봉달희’ 기자간담회에서 진정한 배우의 신비주의에 대해 설파하던 모습과도 일치한다. 당시 그는 “신비주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음 작품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일 지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이나 기대를 뜻한다”고 말했다.

○ 자연인과 스타 사이

오랜 무명과 조연 생활을 거친 이범수는 계약금이 적은 배우는 소속사에서 잘 안챙긴다는 속성을 뼈져리게 느꼈다고 한다.

“소속사는 돈을 별로 들이지 않은 배우를 위해 뛰지 않는다. 돈을 많이 주고 데려온 배우는 한 작품이라도 더 시키려고 발바닥이 닳도록 돌아다닌다. 그런 점에서 배우에게 돈이란, 연기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마찬가지로 배우라는 직업은 불안정하다. 신인이 스타급으로 뜨고, 스타도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회사와 배우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수입이 0원이라도 배우가 신뢰를 주는 사람과 일하고 싶은 것도 바로 그 이유다.”

이유나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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