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05년 기준 로봇의 세계시장 규모는 84억 달러로 이는 같은 해 삼성전자 D램 반도체 매출 100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로 제조업에 사용되는 로봇의 매출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청소로봇이 막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형편이다. 박람회나 전시회 등에서 보면 여러 기능을 갖춘 로봇이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로봇산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지난해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기고문에서 “로봇이 개인용 컴퓨터(PC) 산업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세계적인 리서치 기관에서도 2020년도에 로봇산업의 세계시장 규모가 5000억 달러로 자동차 산업에 필적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1960년대 중반 대형 컴퓨터가 국내 기관에 처음 보급되었을 때나, 80년대 중반에 일부 대학교에 교육용 PC가 보급됐을 때 지금처럼 PC가 보편화되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현재 가구당 PC 보급률은 90%를 넘어섰고 회사에서 자기 PC가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제 PC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 게이츠 회장은 이런 시대를 예견해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됐다.
로봇이 일상생활의 동반자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아침에 가족을 깨우고, 날씨나 주요 뉴스, 일정을 전해 준다. 빈집 지키기, 전등이나 에어컨 작동 등은 기본이다. 외국어 공부의 도우미, 동화책 읽어주기, 혼자 사는 사람의 친구 노릇도 거뜬히 할 수 있다. 노인과 대화하면서 약도 챙겨주고, 치매 방지 오락도 짜증내지 않고 같이 한다. 노인을 부축하면서 산책도 하는 실버로봇은 이제 수년 내로 현실화될 것이다.
얼마 전 일본에서 만난 로봇 관계자들은 로봇 발전을 위한 한국의 노력에 부러움과 위기감을 느낀다고 했다. 정부는 2003년에 지능형 로봇을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지정하고 2013년까지 세계 로봇시장 점유율을 15%로 높여 ‘세계 3대 지능형 로봇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인프라 환경을 잘 살려 네트워크 기반 로봇인 URC(Ubiquitous Robotic Companion) 시범사업과 함께 1가구 1로봇 보급을 목표로 100만 원대 가정용 국민로봇 사업을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2월 국회에서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제정했으며, 지난해부터 국책사업으로 세계 최초의 로봇 테마파크인 로봇랜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로봇랜드는 로봇왕국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생각하지 못한 창조적 아이디어로 지능형 로봇의 수요 창출과 국민 인식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 등에 이은 세계 5위의 로봇 생산국이지만 지능형 로봇 분야는 선진국도 초보단계여서 우리가 열심히 하면 1등도 할 수 있다. 10여 년 전에 삼성이 소니를 이길 것이라고 호언했을 때 이를 믿은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소니를 제쳤을 뿐 아니라 세계 IT업계를 선도하며 명품 브랜드로 우뚝 서 있다.
어린 시절 재미있는 만화나 영화로 희망을 주던 로봇이 이제 생활의 편리와 윤택함을 주기 위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10년 뒤 먹을거리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분명 로봇은 반도체나 휴대전화 이상의 효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의진 인천정보산업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