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중견 조선업체인 SPP조선은 선박 수주를 선별적으로 합니다. 선박 가격을 많이 주겠다거나 선박 건조 대금을 조선회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내겠다는 해운회사 위주로 주문을 받지요. 2011년까지 일감을 확보한 상황에서 굳이 조건이 나쁜 선박 주문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더군요. 이 회사가 손님을 골라가며 받는 ‘배짱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조선업계의 경쟁력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 조선업계는 국제 선박 건조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세계 ‘빅 3(1∼3위)’ 조선업체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모두 한국 기업입니다. 높은 기술력과 뛰어난 품질 관리로 대형 선박을 발주하는 세계 유명 해운회사들을 사로잡은 결과죠.
그 덕분에 세계 조선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선박은 ‘명품(名品)’으로 통합니다. ‘빅3’ 업체가 만든 배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견 업체가 건조한 선박도 가격이 일본이나 중국산 배보다 10∼20% 비싸지만 해외 유명 해운회사들에 인기가 높다고 하네요. ‘한국산 배’라는 간판을 달기 위해 추가 비용(프리미엄)을 기꺼이 내겠다는 것입니다.
한국산 선박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죠. 일반인이 잘 모르는 SPP조선 같은 중견 조선업체까지도 목에 힘을 주면서 장사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표시가 가격을 높여주는 ‘코리아 프리미엄’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죠.
일반적으로 한국 상품은 품질에 비해 가격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박이나 휴대전화, 반도체 등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국적 표시가 소비자의 신뢰를 그리 못 받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메이드 인 저팬(MADE IN JAPAN)’이나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 표시가 있으면 더 비싸게 팔리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선박이나 휴대전화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한국 상품이 좀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렇게 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기분 나쁜 용어도 더 적게 사용할 수 있겠지요.
송진흡 기자 산업부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