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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진구]명분도 원칙도 없는 이해찬의 ‘탈당 몽니’

입력 | 2008-01-12 02:56:00


‘손학규 대표’ 반대하면 왜 경선 함께 치렀나

“대연정 제안 땐 침묵하다 뒤늦게 정체성 타령”

“손학규 대표로는 당의 정체성을 지킬 수 없다면 왜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는 가만히 있었나요?”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10일 대통합민주신당 탈당을 두고 당내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최소한의 명분과 원칙, 민주주의의 기본조차 무시한 자기중심적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이 전 총리는 이날 탈당의 변을 통해 “손 대표가 오랫동안 정당 생활을 했던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의 정치적 지향이 결코 제가 추구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손 대표가 이끄는 대통합민주신당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어떤 정체성도 없이 좌표를 잃은 정당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당의 한 초선 의원은 “손 대표가 한나라당 출신이라 탈당한다면 이 전 총리는 2005년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는 내각을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당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경남 통영에서 의원 워크숍을 열고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우리 정치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당-정-청이 원활히 소통하고 야당과도 합리적인 타협을 모색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지지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일부 의원은 ‘남자가 여자가 되고, 여자가 남자가 되는 꼴’이라며 반대했지만 이 전 총리는 탈당은커녕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는 것.

왜 손 대표와 함께 지난해 대선 후보 선출 경선을 치렀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고위 당직자도 “경선을 함께 치른다는 것은 누가 되든 승자에게 승복하고 대선에서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무언의 약속”이라면서 “손 대표는 안 되고, 손 대선 후보는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이 전 총리의 지난해 8월 대통합민주신당 합류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열린우리당 잔류파였던 이 전 총리는 당 대 당 합당을 통해 신당에 합류했지만 손 대표는 신당 창당 주역 중의 한 명이었으며 당시 범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였다. 같은 친노(親盧·친노무현) 인사인 김혁규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추구한 새 정치에 대한 진정성이나 미래 비전이 없는 신당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면서 비례대표직을 사퇴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관계자는 “가치와 정체성 훼손이 탈당의 이유라면 이 전 총리는 지난해 당에 합류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이미 손 대표 대세론이 지난주부터 거의 확정적이었는데 선출된 순간 탈당한 것은 몽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진구 정치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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