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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반도전문가 로버트 아인혼 인터뷰

입력 | 2007-12-21 02:58:00


“동맹 복원 마술처럼 되진 않아… 신뢰 재구축이 최우선”

"지난 5년간 한미 양국 지도부는 기질적으로 잘 맞지는 않았습니다. 때문에 워싱턴은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 소식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한미관계와 남북관계에 있어 이명박 정부가 갈길이 수월치만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인 중도파 한반도 전문가인 로버트 아인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상임 고문은 19일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명박 시대 한미관계와 북핵문제에 대해 전망했다.

―한미관계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나.

"서울과 워싱턴의 일부에선 '한국에 좀 더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서면 한미간의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불행히도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최상의 동맹간에도 어려움은 있다. 모든 문제가 마술처럼 사라질 것이라 생각해선 안된다. 하지만 전망은 매우 우호적이다."

―한미관계에서 이명박 정부가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점은.

"상호 신뢰 재구축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주길 바란다. 한미간 신뢰는 지난 5년간 훼손되거 온게 사실이다. 이 당선자는 내년 2월에 취임하면 2009년 2월까지 11개월동안 레임덕 기간에 있는 미국 정부를 상대해야 한다. 타이밍상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러므로 신뢰재구축의 최초 발걸음은 내년에 시작될 수 있지만 본격 프로세스는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설때까지 어느정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단 첫 11개월 동안에는 함께 시작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완성은 미국의 새 정부와 함께 이룬다는 청사진이 필요하다."

아인혼 고문은 한나라당이 그동안 시사해온 동맹 관계 재조정 이슈들에 대해서도 타이밍을 잘 고려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의 새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주요 이슈들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는 모르지만 일부 한나라당 인사들은 연기 또는 재논의를 말해왔다. 하지만 타이밍 문제가 고려되어야 한다. 어떤 결정도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설때까지 조심스럽게 취해져야 한다. 사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 문제를 이미 양자가 동의해 결론내린 것으로 여기고 있다. 때문에 다시 논의하는걸 마땅치 않아할 것이다. 2009년에 들어설 미국 새 정부의 선택을 예단하지 않아야 한다. 새 한국 정부는 11개월동안 미국을 밀어붙이지는 말되 이런 중요한 이슈들을 면밀히 검토하는 프로세스를 시작하는게 나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양국 파트너들이 밀접히 협의하고 협력하는 습관이 재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워싱턴에선 이명박 당선자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 당선자가 그동안 밝혀온 대북정책 접근법은 사실 워싱턴의 생각, 즉 민주 공화당 양쪽과 모두 비슷하다고 본다."

아인혼 고문은 이 대목에서 "나는 민주당원"이라며 "내 생각에 (만약 미국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워싱턴의 민주당 정부와 서울의 한나라당 정부는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미국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북한 문제에 있어 매우 비슷한 접근법을 갖고 있다. 당근과 채찍을 모두 사용하며,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움직이면 매우 큰 폭으로 북한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 등이 공통된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놓고 현재 워싱턴에선 강온파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워싱턴내 기류에 의해 차기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어려움이 올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분명히 부시 행정부내에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이견이 남아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6~10개월간 협상파들에게 자신들의 접근법을 시도해볼 기회를 주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강경파들은 만약 6자회담이 난관에 봉착하면 부시 대통령에게 '봐라. 우리가 말한대로 됐지 않느냐. 이제 다시 강경한 접근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아인혼 고문은 이 대목에서 한국 대선 결과를 워싱턴의 강경파가 잘못 해석할 우려도 경고했다.

"부시 행정부내 강경파가 '이제 서울에 더 우리에게 동정적인 정부를 갖게됐다, 서울 정부가 강경정책에 동의할 것이므로 강경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서울의 상황을 완전히 잘못 읽은 것임을 분명히 해주고 싶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도 대북 협상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고 본다. 협상을 버리고 강경책으로 돌아가길 바라지는 않는다고 본다. 부시 행정부내 강경파들이 이번 대선 결과를 오독(誤讀)하지 말기를 바란다."

아인혼 고문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한국의 표심은 '더 균형잡힌 대북 접근을 하라'는 위임을 한 것이지, '대북 압력 접근법으로 돌아서라'고 위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지난 5년간의 한미관계에 대한 워싱턴의 평가는 어떤지 듣고 싶다.

"상층부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노무현 정부와 부시 정부는 기질(chemistry)적으로 잘 맞지 않았다고 본다. 특히 북한 정책을 놓고 상호 불신이 깊었고 서로의 눈을 쳐다보지 않았다(진솔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는 뜻). 부시 행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핵문제 보다 남북관계를 우선시한다고 보았고, 한국 정부는 미국이 핵 문제를 한반도 안정 보다 우선시한다고 여겼다. 많은 긴장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실무 레벨에선 동맹의 협력관계를 이어가려는 지난한 노력들이 있었다."

―한국의 차기 정부가 현 정부로부터 계승해야할 유산과 버려야할 유산을 꼽는다면.

"지난 수년간 한국 정부 고위층들은 워싱턴에서 '반미발언'이라고 인식하기 쉬운 그런 발언들을 여러번 했다. 그럼으로써 한국 대통령이나 고위관리가 미국에 별로 동감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런걸 피해야 한다. 또한 양국 모두 일방주의를 버려야한다. 특히 2009년에 들어설 미국의 새 정부는 서울에서 일방주의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행태들을 버려야한다. 예를들어 주한미군 재배치 및 인원감축, 작전권 전환시기 등 주요한 결정들이 일방적으로 펜타곤(미 국방부)에 의해 이뤄졌다. 한국은 결정이 이뤄진뒤 통보받는 형식이었다. 진솔한 협의를 통해 서로 공감대를 만들어 결론을 도출하는 동맹의 오랜 전통을 새롭게 부활시켜야 한다."

―'일방주의'를 말한다면 한국 정부는 주로 피해자인 것 아닌가.

"그동안의 한국 정부의 일부 행태에 대해서도 일방주의란 표현을 붙일 수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남북간 화해를 추진하는 것의 중요성을 평가하고 이해하며 지지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추진은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점에서 한국정부가 남북관계를 추진함에 있어 6자회담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계산하고 파트너들과 협의하는게 중요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반미적 발언이 나올때마다 부시 행정부 당국자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동맹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해왔는데.

"미국 관리들은 불에 기름을 붓기를 원치 않았고, 그래서 적대적으로 반응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선 그들은 우려를 표현했다. 실제론 상당히 불쾌해 했지만 공개적으로 반응하면 상황이 더 악화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여전히 임기내 4자 정상회담, 종전선언 등에 미련을 갖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새 정부가 노무현 정부가 벌여놓은 대북정책을 어떻게 다루길 바라는가.

"이명박 당선자는 앞으로 매우 좁은 라인을 걸어가야할 것으로 본다. '남북관계에 관한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브레이크를 밟음으로써 북한에게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만약 180도 회전하는 신호를 보낼 경우 북한으로부터 부정적 반응이 나와서 비핵화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당선자는 중간 코스를 찾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당선자가 북한에 대해 '나는 북한과 협력하고 지원하되 그 속도와 규모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실천에 달려 있다'는 걸 분명히 해주는 신호를 보내길 바란다. 처음 몇 달간이 매우 중요하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