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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저릿저릿 눌린 신경의 비명

입력 | 2007-12-17 03:02:00


《주부 김진숙(46) 씨는 손이 저려 집안일을 하기도 힘들고 잠을 자기도 힘들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그러려니…’ 하는 생각에 며칠 참아 봤지만 점점 더 저려 왔다. 혈액순환제를 복용하고 침도 맞아 보았지만 잠시 좋아진 듯하다가 또 저린 증세가 나타났다. 날씨가 추워지면 말초혈관 수축으로 피가 잘 통하지 않게 되어 손발이 저려온다. 그러나 손발 저림에는 추위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인이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낫겠지’ 하면서 방치할 경우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손발 저림은 기본적으로 신경에 이상이 있다는 의미”라며 “저린 부분을 과도하게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지나친 음주도 신경을 손상시킨다.》

○ 손목, 발목 많이 쓰면 손발 저려요

손 저림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질환은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손목을 반복해서 사용하면 팔에서 손으로 가는 신경인 정중신경이 손목 인대에 눌리면서 저린 증상이 생긴다.

이때 나타나는 저림은 손바닥에서 엄지, 검지, 중지와 약지 절반에 집중된다. 초기에는 손가락이 저리고 감각이 무디어지다가 심해지면 통증이 생기고 물건을 잡거나 주먹을 쥐기조차 힘들어진다.

손목 사용이 많은 주부, 컴퓨터 키보드, 마우스를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과 직장인에게 자주 나타난다. 머리 위로 2분 정도 양손을 들고 있을 때 손바닥, 손가락이 저리거나 마비되는 증상이 오면 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발목에도 ‘발목터널증후군’이 있다.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발목이 삐었을 때, 오래 서 있거나 많이 걸었을 때 신경이 발목의 인대에 눌리면서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손목이나 발목이 저리면 한동안 움직이지 않도록 부목을 대고 소염제를 복용하거나 신경이 눌린 부위에 소염제 주사를 놓으면 좋아진다. 재발이 잦은 경우에는 인대를 잘라서 눌린 신경을 풀어 주는 수술을 받기도 한다.

○ 목, 허리 디스크도 손발 저려요

목 디스크가 생기면 목이 아픈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바로 손 저림 현상이다. 목에서 팔로 내려오는 신경이 디스크에 눌려 팔과 손이 저리게 된다.

대부분 목 디스크 환자의 초기 증상은 목에 통증이 오면서 뻣뻣해지고 팔이 저린 현상이 동반되기는 하지만 손 저림 현상을 훨씬 쉽게 느낀다는 특징이 있다. 교통사고로 인해 목, 어깨 부분에 충격을 당한 일이 있거나 그 부위에 지속적인 힘이 가해져 신경이 눌린 경우에 당시에는 별다른 통증이 없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난 후 손이 저릴 수 있다. 목을 움직이면 증세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통증이 심하지 않다면 80∼90%는 운동요법이나 물리치료 등으로 통증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 차도가 없다면 수술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허리 디스크가 생기면 발 저림이 나타날 수 있다. 똑바로 누워 다리를 들어올리기 힘들거나 허리 통증을 느낀 지 1, 2주 후에 허리보다 한쪽 다리가 아프고 저리다면 허리 디스크로 인한 발 저림일 수 있다. 허리 디스크 초기라면 허리근육을 보강해 주는 온찜질을 하거나 근육이완제 등을 복용하면 저림 증세가 호전된다.

○ 당뇨, 고혈압, 뇌중풍도 저림 증상

중년 이후에 생기는 손발 저림은 당뇨병, 신장병 환자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양쪽 손발의 끝 부분을 비롯해 대칭적 부위에 증상이 나타난다. 얼얼하거나 타는 듯한 느낌 혹은 경련이 생긴다. 당뇨 환자의 절반 이상이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을 때도 말초혈관이 막혀서 손발이 저릴 수 있다. 드물게 뇌중풍(뇌졸중)이나 심장병의 전조현상으로도 나타나는데 뇌중풍 환자는 입술 주위가 저리거나 언어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 뇌중풍으로 인한 저림증은 각각의 원인 질환을 먼저 치료해야만 저림 증세들을 줄일 수 있다.

(도움말=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강윤규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이광석 바른세상병원 정형외과 원장)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