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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이상윤 감독의 ‘희망 만들기’

입력 | 2007-12-12 03:01:00


이상윤 여자프로농구 금호생명 감독은 여수의 2012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결정 소식에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사연은 5년 전 이맘때로 흘러간다. 당시 이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남자프로농구 코리아텐더의 연고지가 바로 여수였다. 코리아텐더는 모기업의 부도로 힘겨운 상황이었다. 만약 여수가 엑스포를 유치할 경우 지원금을 받아 농구단 살림이 펴질 수 있다는 한 가닥 꿈을 가진 채 유니폼에 홍보 문구까지 새겼지만 실패로 끝나면서 큰 상심에 빠졌다.

그래도 이 감독은 ‘헝그리 정신’으로 코리아텐더를 이끌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삼성을 꺾고 4강까지 올랐다.

그 덕분에 이 감독은 SK로 자리를 옮겼으나 성적 부진으로 계약 기간을 1년 남긴 상황에서 중도하차하는 아픔을 겪었다. 2년 가까이 ‘야인생활’을 하던 그는 올해 초 기자에게 “후회 같지만 SK 때는 모든 걸 쏟아 붓지 못했다. 다시 감독이 된다면 코리아텐더 때 같은 열정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 감독은 그토록 바라던 코트 복귀의 기회를 금호생명에서 잡았다.

금호생명은 최근 두 시즌 연속 꼴찌에 처졌기에 선수들의 패배의식이 컸지만 그는 코리아텐더 시절 ‘희망의 전도사’였던 경험을 살려 선수들을 독려하고 자극하며 끈끈한 조직력을 갖추게 했다. 우리은행에서 이경은, 김보미를 데려오고 신한은행에 신인지명권까지 내주며 센터 강지숙을 보강하는 등 과감한 트레이드로 전력을 보강했다.

부상으로 20대 중반에 일찍 은퇴한 이 감독은 삼성전자 영업사원으로도 수완을 발휘했고 삼성 농구단 프런트로도 일했다. 다채로운 경력을 바탕으로 그는 선수, 구단, 팬들을 하나로 엮으며 팀에 새 활력을 불어넣었다. 금호생명이 11일 현재 3위까지 올라 있는 걸 보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이 감독의 다짐이 결코 공염불은 아닌 듯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