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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BBK 막아야” 면책특권 제한 재추진 움직임

입력 | 2007-12-07 03:02:00


검찰 수사로 BBK 사건이 김경준 씨의 사기극임이 드러나면서, ‘제2의 BBK’ 사건의 출현을 막기 위해 국회 차원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BBK 사건이 이렇게까지 확산된 데는 최근 몇 개월간 각 당 의원들이 면책특권이라는 장막 뒤에서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쏟아낸 것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면책특권은 국회의원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치지만, 오래 전부터 정쟁(政爭)을 위한 방패막이로 전락해 온 게 사실이다.

실제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겨냥한 각종 네거티브 공세는 대부분 국회에서 진행됐고 이를 제기한 의원들은 어떤 법적 처벌도 받지 않았다. 김대업 씨가 제기한 ‘병풍(兵風) 의혹’은 국회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에서 확대 재생산됐고, 기양건설 비자금 수수 의혹도 당시 민주당 전갑길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처음 제기하며 불거졌다.

당시 민주당 설훈 의원은 국회 밖인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 후보 측근의 20만 달러 수수 의혹을 제기했다가 면책특권을 적용받지 못해 명예훼손 및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지만 올해 2월 사면 복권됐다.

국회는 17대 개원 직후인 2004년 말부터 명예훼손과 관련되거나 관련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의원이 국회 내에서 발언하더라도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뼈대로 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2004년 정기국회는 당시 열린우리당이 추진했던 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른바 ‘4대 입법’ 논란으로 뒤덮였고 국회법 개정안은 그 후 계속 표류하고 있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국회 내 모든 의정활동에 대해 면책특권을 제한하기는 어려운 만큼 선거가 있는 해의 정기국회 중 대정부질문 등에 한해 제한하거나 상대 후보에 대한 도덕성 관련 의혹 제기는 국회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 대선후보 진영은 이 같은 방향으로의 법 개정에 긍정적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정치 관련 공약 중 하나로 국회법을 고쳐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도 의원들의 무분별한 면책특권의 남용은 제한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