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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신부용]덩치 큰 관용차, 슬픈 경차

입력 | 2007-11-21 03:00:00


작년까지만 해도 배럴당 50달러에서 60달러에 머물던 국제 원유 값이 100달러를 육박하고 있다. 투자분석가들은 1년 후 유가를 130달러대로 보면서 이란 문제가 잘못되면 20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유가가 70달러 내외이던 7월만 해도 한국의 원유 수입액은 27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1년이면 30조 원이 넘는 기름을 태워 없애는 것이다. 최고 수출 효자인 승용차는 같은 달 25억 달러어치를 외국에 팔았다.

승용차 하나로 원유 값을 대충 충당하겠구나 하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승용차는 팔아 봐야 실제 벌어들이는 돈은 10분의 1이 안 되는 데다 원유 값은 계속 올라가고 승용차 수출은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가 10%대의 경제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원유를 쓸어 가므로 한국의 에너지 사정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여건을 생각하면 에너지 걱정에 잠을 설쳐야 마땅하지만 정부나 국민 모두 태평인 것 같다. 정부는 장단기 에너지 정책을 보여 주지 않고 있으며 국민은 유류세를 내려 당장 늘어나는 부담을 줄이는 데에만 골몰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에너지를 낭비한다.

우리의 에너지 낭비벽은 참으로 가관이다. 여름에는 심한 냉방으로 겉옷을 걸쳐야 하고 겨울에는 너무 더워 속옷 바람으로 견딘다. 여름에는 에너지를 절약한다고 에어컨을 꺼서 일을 못하게 하는 정부가 단속 기간이 지나면 새벽부터 환경미화원이 전등을 다 켜 놓고 청소해도 말리지 않는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없는 방의 불을 끄고 다니면 쩨쩨하다고 흉을 보는 식구가 있기 마련이다.

교통 부문도 에너지 낭비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주차가 어려움을 뻔히 알면서도 차를 몰고 나가 불법 주차를 한다. 이로 인해 길이 막혀 차가 줄을 서는 바람에 연료를 허비한다. 좌회전 차량이 없는데도 어김없이 좌회전 신호가 켜진다.

그리고 우리처럼 경차를 안 타는 국민이 또 있는가?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경차를 더 많이 타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연료 소모를 보자. 경차는 중형차에 비하면 60%, 대형차에 비하면 절반도 안 든다. 60%에 가까운 중대형 차량 운행의 절반만 경차로 해결한다면 승용차 전체가 소비하는 유류의 25%를 절약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따져도 차 값이 싸며 취득세 등록세 특별소비세가 전액 면제되고 고속도로통행료, 공영주차장 주차료, 도심혼잡통행료를 50% 감면받는 등 혜택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경차 보급률은 8%에 불과해 유럽(20% 이상)이나 일본(15%)의 절반도 안 된다. 한국의 국민소득은 이들 국가의 절반 정도인데 말이다.

경차 보급이 저조한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우선 지금 제공하는 세제 혜택 인센티브로는 국민의 경차 경시 풍조를 이겨 내지 못함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욱 강력한 지원책을 써야 한다. 경차 보급률이 45%에 이르는 이탈리아에서는 초보운전 2년간 경차만을 구입하도록 법제화했다. 일본에서는 차고지 증명제에서 면제한다.

무엇보다 정부 스스로가 경차를 솔선해서 사용해야 한다. 동아일보 19일자 기사에 나왔듯이 정부의 경차 사용은 주차 단속용이 고작이다. 관용차 중 경차가 1.3%에 불과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차 사용뿐이 아니다. 정부는 어려워지는 에너지 사정에 대해 국민이 믿고 따를 장단기 대처 방안을 제시하며 국민의 낭비벽을 교정해 나가야 한다. 정부가 솔선하지 않고서는 안 될 정책이다.

신부용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