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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카페]‘저성장-고물가’ 스태그플레이션 오나

입력 | 2007-11-12 03:00:00


“내년 세계 경제의 화두(話頭)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될 것이다.”

미국 경제에 정통한 이코노미스트인 손성원 로스앤젤레스 한미은행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 세계에 유동성이 넘치고 있지만 각국 중앙은행이 오히려 금리를 내리며 유동성을 더 늘리고 있어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이 예상된다는 것이죠.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8일(현지 시간) 미 상하 양원 합동경제위원회에서 “미국 경제는 성장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택시장 위축이 가속화되면서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감소로 경제성장이 둔화되지만 유가 상승으로 물가상승 압력은 커질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도 해석됩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상승)의 합성어로 경기 불황기에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뜻합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보다 3.0% 올라 2005년 3월(3.1%) 이후 29개월 만에 상승률이 3%대로 높아졌습니다. 생산자물가도 0.3% 올라 9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내년 경제 전망도 밝지만은 않습니다. 정부는 5%대 경제성장률을 내다보고 있지만 유가 상승과 달러화 약세로 인한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 등으로 4%대를 예상하는 분석도 많습니다. ‘저(低)성장 고(高)물가’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죠.

물론 일각에선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론이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은 미국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통화·재정 정책을 확장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며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유가 불안과 신용경색 심화, 과잉 유동성 등으로 연일 출렁대고 있습니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처럼 거친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경제정책을 다루는 당국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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