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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패션]무늬도 크게 부피도 크게…‘2008 S/S서울컬렉션’

입력 | 2007-10-26 04:47:00

미래주의는 없었다? 19일부터 26일까지 열린 2008 S/S 서울컬렉션은 1980년대 컬러풀한 펑키 스타일이나 1960년대 재즈 스타일 등 ‘복고’를 기본 주제로 한 의상을 많이 선보였다. ①‘우주’를 주제로 달 모양을 형상화 한 디자이너 박춘무 씨의 빅 드레스는 ‘빅 프린트 빅 사이즈’라는 여성복 경향을 드러낸 대표 작품이다. ②올해는 끈과 선이 의상의 핵심 포인트였다. 디자이너 곽현주 씨가 선보인 오렌지 컬러 티셔츠에는 여러 가닥의 끈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짧은 블랙 재킷에는 긴 레이스가 나풀거렸다. ③디자이너 박춘무 씨의 의상 역시 블랙 티셔츠와 팬츠에 흰 끈을 달았다. ④내년 봄 컬러 예감은 ‘무채색+튀는 색’ 조합이 대세. 디자이너 이은정 씨는 블랙과 화이트에 간간이 오렌지 컬러를 첨가했다. ⑤남성복의 경우 허리 밑 부분을 강조했다. ‘승마바지’로 알려진 ‘조드퍼스’ 스타일과 군청색 스타킹을 조합한 캐주얼 브랜드 ‘본’ 컬렉션. ⑥큰 꽃무늬 드레스를 선보인 디자이너 양성숙 씨의 컬렉션. 사진 제공 서울컬렉션


《“6개월 고생하고 고작 15분 쇼라니.”

화려한 조명. 길게 뻗은 런웨이 위를 미끄러지듯 질주하는 늘씬한 모델들. 하지만 무대 뒤에서는 스탭들과 디자이너의 끙끙 앓는 소리가 들린다. 15분이 훌쩍 지난 뒤 관객에게 꽃다발을 받아 든 디자이너의 얼굴에는 수심이 온데간데없었다.

“저 박수소리 들으려고 이 ‘소모전’을 포기 못하고 있네요. 하하.”

19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삼성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2008 S/S 서울컬렉션은 6개월간 디자이너들이 흘렸던 땀과 눈물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첫날 6500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 소속 유명 디자이너들이 “서울시 주도로 이루어졌다”며 불참해 ‘반쪽짜리 행사’로 알려지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젊어졌다는 호평과 낯설었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 서울컬렉션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On the stage… 무대 위 사람들

○ 나풀나풀…메인 테마 된 끈

끈이나 벨트, 레이스 등 얇고 긴 액세서리가 옷의 중심 테마로 자리 잡은 게 큰 특징이다. 남성의류 ‘슬링스톤’의 디자이너 박종철 씨는 블랙 셔츠 가운데에 레이스가 긴 흰 리본을 달아 선 이미지를 두드러지게 나타냈고 디자이너 이은정 씨는 오렌지 원피스에 긴 레이스가 돋보이는 흰꽃 액세서리를 달았다.

‘거미줄’을 기본 콘셉트로 한 제일모직 남성의류 ‘엠비오’는 파란색, 노란색 등 원색 계열의 벨트를 바지 옆으로 내려 거미가 거미줄을 타는 듯한 느낌을 연출했다. 또 흰색 끈이 불규칙적으로 묶여 있는 티셔츠, 레이스만 길어 돋보이는 짧은 블랙 재킷을 선보인 디자이너 곽현주 씨 등 남녀 할 것 없이 나풀거림으로 역동성을 주는 데 힘을 모았다.

○ 우주복 스타일로… 시원스러운 여성복

패션 디자이너 단체 ‘뉴웨이브 인 서울(NWS)’의 박춘무 회장이 선보인 빨간색 원 무늬 셔츠와 검은색 원 무늬 빅 드레스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치 몸 안에 큰 원을 새긴 듯 좀처럼 보기 힘든 큰 무늬는 바로 해와 달을 형상화한 것. 박 디자이너는 “우주를 주제로 한 해와 달을 친환경소재인 ‘오가닉코트니’로 나타냈다”고 말했다. 또 디자이너 양성숙 씨는 흰 꽃무늬를 크게 박은 검은색 ‘자카드’ 드레스와 함께 주머니를 크게 만들어 부피감을 강조한 원피스를 선보였다.

최근까지 미니멀리즘, 로맨티시즘 등이 유행했지만 내년에는 정반대로 선 굵고 부피감이 큰 ‘우주복’ 스타일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 김범석 동아일보 기자

○ 남자여 허리 밑을 주목하라…하의에 포인트

지난해부터 유행한 ‘레이어드 룩’(겹쳐입기)이 허리 밑으로 내려갔다? ‘엠비오’의 바지 스타일은 반투명 나일론 바지 안에 흰색 바지를 겹쳐 입은 것으로 그간 상의 위주로 유행한 레이어드 룩이 바지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엠비오’ 디자이너 장형태 씨는 “1980년대 스타일의 스포티즘을 주제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느낌을 덧입혔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번 시즌 남성복의 특징은 사람들의 시선을 허리 밑으로 내리게 했다. 캐주얼 브랜드 ‘본’은 베이지색 7분 바지에 군청색 자주색 등 채도가 높은 양말이나 스타킹을 신어 다리 부분에 시선이 모아지도록 연출했으며 일명 ‘승마바지’라고 알려진 조드퍼스 팬츠를 포멀한 재킷과 함께 선보였다.

○ ‘무채색+튀는 컬러’의 조합?

봄여름 패션임에도 불구하고 블랙, 화이트 등의 무채색 계통은 여전히 강세였다. 디자이너 김서룡, 한승수 씨 등의 패션쇼에서는 아예 ‘블랙+화이트’ 조합으로 이루어진 의상만 선보였다. 기본 컬러는 계절을 타지 않는 듯했다.

특히 블랙, 화이트 등 무채색 바탕에 핑크, 오렌지, 그린 등 튀는 색깔을 양념으로 첨가한 형태가 눈길을 끌었다. 기존 봄여름 시즌 컬러와 비교하면 밝은 이미지에 무게감을 입힌 느낌이다. 남성 의류 ‘길 옴므’의 경우 ‘회색+핑크’라는 특이한 색조합을 선보였다. 디자이너 서은길 씨는 “무채색의 단조로움과 밝은 핑크가 서로 중화돼 나타났다”고 말했다.

Off the stage… 무대 밖 사람들

패션디자인 전공 대학생부터 결혼기념일에 아내에게 옷을 사주기 위해 보러왔다는 40대 직장인 등 관객층은 다양했다. 이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1시간 전부터 와 기다리는 등 열성을 보였다. 대학생 이윤영(24) 씨는 “올해도 1시간 넘게 기다릴 것 같아 휴대용 게임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국패션협회가 밝힌 해외 바이어는 24개국 110여 명, 해외 취재진은 40여 명이다. 미국의 한 패션 관계자는 “신진 디자이너가 많아 새로운 느낌을 주지만 패션 비즈니스라기보다는 발표회 같은 느낌”라고 말했다.

서울컬렉션에 참여를 거부한 SFAA는 다음 달 중순경 단독으로 컬렉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1월 말 부산에서 있을 컬렉션 ‘프레타포르테’까지 합치면 두 달 사이 대형 패션쇼가 3개나 진행된다. 해외 바이어들은 “세계적 패션쇼가 되려면 행사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