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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생물학]철새에 추적장치 달기…밤샘수고 덜어준 IT

입력 | 2007-10-12 03:03:00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단 고방오리 수컷. 고방오리는 북반구 북부에서 번식하고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사람들이 새를 관찰한 것은 매우 오래전부터였다. 예부터 사람들은 새처럼 날기를 원해 새가 나는 방법을 연구하고 어떻게 이동하는지 조사했다. 그런 노력의 결실로 비행기를 만들었고 하늘을 나는 길을 개척할 수 있었다. 철새는 장거리 이동에 앞서 먹이를 많이 섭취하고, 영양분을 피하지방에 담아 에너지로 저장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호주까지 1만1000km 이상을 비행하는 도요새는 체중의 50%가 지방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철새는 클수록, 비행 속도가 빠를수록 높이 나는 경향이 있다. 공기저항을 줄여 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다.

철새는 주로 밤에 달과 별자리를 보며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간에 장거리 이동을 하는 이유는 맹금류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낮 동안 먹이를 구할 시간을 벌게 된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에도 땅 위처럼 철새들의 길이 있을까. 철새의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철새의 발에 표시를 달아 날려 보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론 철새가 이동하는 출발지와 도착지에 대한 정보만 얻을 수 있고, 이동 경로 전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대륙을 이동하는 겨울 오리 때문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철새 이동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서는 여름 번식기간에 중국 서북부와 몽골 남부 지역에서 잡은 철새에게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달았다. 철새가 날아가는 경로를 인공위성으로 일정한 시간마다 추적해 기록하는 것이다. 그 결과 고니는 중국에서 여름 번식기간을 지내고 겨울에 북한 서해안을 거쳐 우리나라의 강화도와 충남 삽교호, 천수만을 따라가며 낙동강 지역으로 남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 도쿄대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를 퍼뜨린다고 의심받고 있는 벌매(매의 일종)에게도 추적 장치를 붙였다. 그 결과 벌매는 일본∼한반도∼만주∼베트남∼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이동 경로를 따른다는 것이 알려졌다. 일본∼동남아시아의 직선거리를 이용하지 않고 한반도∼만주로 우회하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제 낮에 철새를 잡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이동 경로를 일일이 관찰하지 않아도 된다.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달면 철새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컴퓨터에 담아 그 전모를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조류생태학 연구도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과학지식을 얻는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lsd@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