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기대 속에 건설된 이른바 ‘반값 아파트’의 실제 가격이 일반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주택공사가 분양하는 경기 군포시 부곡지구의 환매조건부 아파트 분양가격은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의 90% 선에서 결정됐다. 분명 반값 아파트는 아니다.
아파트 원가 구조를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토지가격+건축비’가 아파트 원가인데 건축비가 지방에서는 60∼65%, 수도권에서는 50∼55%를 차지한다. 건축비만 받아도 ‘반값’이 넘는다. 주공은 통상 토지가격을 조성원가의 110% 선에서 결정했으나 이번에는 원가의 90% 수준으로 낮췄다. 그 손실분은 세금으로 보전해야 한다. 그러고도 분양가가 공공 아파트의 90% 선인 것이다.
주공이 일정 기간 경과 후 토지소유권을 되찾아 오는 환매조건부가 아닌, 계속 주공 소유로 두는 토지임대부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는 60%가량으로 떨어지지만 입주자는 토지임차료를 내야 한다. 84m²(25.7평) 규모의 월 임차료는 연 4% 금리를 적용해 42만5000원이다. 환매조건부, 토지임대부 모두 근본적으로 반값이 될 수 없는 구조다. 더구나 이런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많지 않다.
토지 소유권은 없고 건물 소유권만 있는 아파트를 반값 아파트라고 하는 것은 양복 저고리만을 ‘반값 양복’이라며 파는 꼴이다. 같은 논리라면 월세를 받는 임대아파트는 ‘공짜 아파트’가 된다.
반값 아파트 해프닝은 한 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후 각 당이 앞 다퉈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시작됐다. 대선을 앞두고 깜짝 인기를 노린 정치권의 한건주의 식 날림공약이 주택법 개정으로 이어진 코미디다. 분양가 상한제나 각종 연금제도에서 보듯이 부동산 및 복지 분야에 이런 아귀 안 맞는 포퓰리즘 정책이 많다.
뻥튀기 공약은 국민 가슴에 헛바람만 불어넣었다가 실망을 안겨 주기 십상이다. 무리한 포퓰리즘 공약이 걸러지지 않고 정책으로 굳어지면 부작용과 후유증이 생기고 그 비용은 결국 애꿎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반값 아파트’와 같은 조삼모사(朝三暮四)형 공약이 얼마나 기승을 부릴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