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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방미 연기… “외교문제 신중” 자성론

입력 | 2007-10-04 03:02:00

“모든 차에 태극기를”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행사에 참석해 나경원 대변인(가운데) 등과 함께 한 당직자의 차량에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와 태극기가 그려진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3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이 무산되자 방미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의 미국 방문은 불투명해졌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면담 계획이 없다는) 미국 측을 이해한다”면서 “14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예정된 미국 방문은 연기하기로 했지만 4강 경제 자원 외교는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가 이날 대책회의를 열어 방미 연기를 결정한 데는 방미의 ‘하이라이트’였던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대신할 일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 촬영·편집 : 김동주 기자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이 빠지더라도 미국의 유력 경제계 인사들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으면 방미의 성과는 나름대로 거둘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유력 인사와의 면담 일정도 제대로 확정된 것이 없다는 게 이 후보 측의 고민이다. 그동안 이 후보 측 주변에서 거론된 면담 예정 인사들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사진 찍기용’ 일정으로만 채울 경우 ‘왜 갔느냐’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방미 연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6월 방미 추진 당시에도 이 후보는 방미 계획을 발표한 뒤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이 사실상 ‘사진 찍기용’으로 격이 낮춰지자 방미 자체를 취소한 바 있다.

이 후보 측 주변에서는 이 기회에 아예 방미 일정을 취소하자는 의견과 함께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섣부른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 합의 발표는 미국도 대세론을 인정한다는 오만과 경솔함에서 나온 것”이라며 “외교 문제에 대해선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이 후보 주변 인사들도 이번 일을 계기로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