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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서남표 KAIST 총장의 ‘세계적 대학’ 실험

입력 | 2007-09-30 22:50:00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교수의 정년을 보장하는 올해 테뉴어(tenure) 심사에서 신청자의 40% 선인 15명을 탈락시켰다. 1971년 KAIST 설립 이래 이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가 한 명도 없었던 점에 비추어 놀라운 일이다. 공무원이나 교사 못지않은 ‘철밥통’으로 인식된 교수사회도 ‘경쟁력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더는 외면할 수 없음을 일깨워 준 사건이다. 이런 것이 대학개혁이다. 다른 대학들도 자구(自救) 차원에서 KAIST를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개혁을 이끈 서남표 총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교수를 지냈다. 교수 경쟁력을 높여 KAIST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그의 실험은 체험에서 나온 것이다. MIT를 비롯한 미 명문대의 테뉴어 심사 통과율은 20%에 그친다. 반면 한국은 평균 96.6%나 된다. 이러니 연구와 강의는 뒷전이고, 정치판 등 대학 밖에서 더 바쁜 교수가 큰소리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 교수한테서 세계적인 연구성과가 나올 리 없다.

서 총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테뉴어 심사를 강화하면 유능한 교수가 오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이라며 “능력 있는 교수는 능력 있는 교수끼리 일하고 싶어 한다”고 정곡을 찔렀다. 진정 우수한 교수라면 좋은 대학에서 유능한 동료들과 함께 똑똑한 제자들을 가르치기를 마다할 까닭이 없다. 수재들을 싹쓸이하고도 세계 초일류 대학에 이름을 못 올리는 우리 대학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볼 때다. 빈약한 재정과 규제 탓만 할 일은 아니다.

서 총장은 또 “총장 직선제가 한국에서 강력한 테뉴어 제도가 시행될 수 없는 큰 원인”이라며 “총장이 교수들에게 잘 보여야 하는 환경에서는 교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수 간 파벌과 반목, 논공행상(論功行賞)식 보직인사 등 직선제의 폐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대학들이 새겨들어야 할 직언(直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