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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는 한미관계 중시” 공화당 원로 편지 주효

입력 | 2007-09-29 03:19:00

환경토론회 참석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앞줄 가운데)가 28일 ‘푸른 한반도 만들기’를 주제로 열린 환경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당직자 및 환경 전문가들과 함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원건 기자


■ 이명박-부시 면담 어떻게 성사됐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다음 달 14일 미국을 방문해 15, 16일 중 야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공식 면담한다. 이런 면담은 이례적이어서 어떤 과정을 거쳐 면담이 이뤄졌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한나라당과 워싱턴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백악관의 고위 관계자가 “미 공화당 고위 원로정치인이 백악관에 공식 서한을 보내 면담을 권고하라”고 조언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당초 미 행정부의 공식 창구인 국무부를 통해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의 주한 미국대사관 측으로부터 “선거를 앞둔 시점에 특정 정당의 후보를 만나기 어렵다”는 모범답안에 가까운 답변을 들었다.

한나라당은 이후 강영우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위원 카드를 활용했다. 강 위원에게 미국에서 이 후보와 부시 대통령의 면담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한 것.

시각장애인인 강 위원은 부시 대통령의 오랜 지기로 베트남전쟁 때 생긴 청각장애 때문에 국가장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온 톰 리지 전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조언을 구했다. 리지 전 장관은 백악관 비서실의 고위 관계자에게 이 후보의 대통령 면담 요청을 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이 직접 면담을 추진하기보다 워싱턴의 공화당 원로들이 백악관에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한국의 유력 후보를 만나보라’는 요청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조언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아버지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리처드 손버그(75)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가 백악관에 서한을 보냈다. 또 남편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대만계 일레인 차오 노동부 장관 역시 손버그 전 주지사의 서한에 힘을 얹어주는 편지를 썼다.

한 소식통은 “두 사람 외에 강영우 위원도 서한을 썼으며 이들 편지가 백악관 의전실에 하루 차이로 잇따라 도착하도록 시간까지 조율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본보가 입수한 손버그 전 주지사의 서한은 이 후보를 영문 이니셜 ‘MB’로 지칭했다. 그는 서한에서 “MB는 한국 대선의 선두주자로서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했으며, 한국 정치권의 일부 반미 성향 주자들과 분명하게 차별화를 해왔다”고 썼다.

또 “귀하(부시 대통령)가 북-미관계의 화해를 통해 새로운 동아시아 전략을 구축해 가는 시점에 가장 핵심요소가 될 전통적 한미관계를 유지하는데 MB가 핵심(pivotal)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MB는 현 한국 정부와 달리 북한의 인권침해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목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의 외교참모인 박대원 전 서울시 국제관계자문대사가 백악관과의 공식 교신 작업을 계속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봐 멜리사 버넷 백악관 의전실장은 24일 부시 대통령이 공식일정의 하나로 이 후보를 만나겠다고 통보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28일 “백악관은 통보문에서 이 후보를 ‘전 서울시장 겸 한나라당 대선 후보’라고 지칭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이 후보의 외교참모 역할을 해 온 박대원 전 대사 등 당의 공식채널을 통해 백악관 면담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조만간 부시 대통령 면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와 북핵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예상 의제에 대한 검토에 착수할 계획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srkim@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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