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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9년 표류 관광단지 또 ‘출렁’

입력 | 2007-08-31 07:10:00


30일 인천 중구 을왕동 마을 어귀. ‘용유-무의 관광단지’ 개발을 반대하는 대형 현수막 20여 장이 을왕리해수욕장으로 향하는 전봇대에 빼곡히 걸려 있었다.

인천시가 지난달 외국기업과 용유-무의 관광단지 조성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의 기본협약을 맺은 뒤 토지와 건축물에 대한 낮은 보상가를 우려한 주민들의 개발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용유-무의 관광단지 조성 사업은 10년 가까이 표류해 온 인천의 대표적인 개발사업이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 진행=중구 덕교동, 무의동 일대 2432만8562m²를 해양관광지 등으로 개발하는 용유-무의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시가 개발계획을 세운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미국의 CWKA사는 시에 관광단지 사업을 제안해 2001년 사업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하지만 2002년 기획예산처는 “재원조달계획에 신뢰성이 없다”고 평가해 협상대상자 취소 결정을 내렸다.

▽어떻게 개발되나=용유-무의 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시와 인천시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해 민간·공공기관 합동 개발 방식(제3섹터 방식)으로 추진된다.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개최에 맞춰 기반시설과 주요 건축물을 완공하는 1단계 사업과 2020년까지 문화관광레저 복합단지를 완공하는 2단계 사업으로 나눠 진행된다.

지난달 25일 시는 독일계 호텔리조트업체인 캠핀스키그룹 컨소시엄과 개발사업에 관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11월 중에는 인천도개공이 참여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개발사업자 지정 등 절차를 마치고 내년 9월경 실시계획 승인을 얻어 2009년 상반기부터 기반시설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관광단지는 세계적인 호텔리조트와 테마파크, 스포츠위락시설, 해양레저시설, 대형 쇼핑몰, 주거시설 등을 갖춘 문화관광레저 복합단지 형태로 개발될 예정이다.

▽거세지는 주민 반발=관광단지 예정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용유-무의 관광단지 개발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개발 추진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주민들은 “용유-무의 관광단지 사업 시행자가 결정되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돼 시세보다 턱 없이 적은 보상가로 땅과 집을 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덕교동 인천국제공항철도 역사 주변의 공시지가는 3.3m²(1평)당 110만 원 수준이지만 실제 거래는 300만∼700만 원에 이뤄지고 있다.

주민 이모(54) 씨는 “공시지가 기준으로 보상을 받을 경우 조상 대대로 지켜 온 고향에서 떠나야 하고 쥐꼬리만 한 보상금으로 새 터전을 마련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개발단계에서부터 주민 이주대책 단지 등을 우선 조성해 현지 주민이 100% 재정착할 수 있도록 정주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