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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단 대문, 버스 차고지 출입구로 전락

입력 | 2007-08-25 03:01:00


1960년대 헐려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환구단((원,환)丘壇·사적 157호) 대문이 서울 강북구 우이동 옛 그린파크호텔 터에 옮겨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환구단은 고종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제단이었으나 일제가 1913년 제단을 허물고 그 터에 조선호텔을 지은 뒤 정문을 호텔 입구로 만들었다. 이 정문은 1967년 조선호텔 재건축 때 헐린 것으로 알려져 왔다.

현재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 있는 환구단 터에는 황궁우(신위를 모신 건물), 용무늬를 새긴 돌북, 아치 3개짜리 석조 대문이 남아 있다.

우이동에 있는 ‘환구단 대문’은 조선호텔 재건축과 소공로 확장 때 철거된 것으로 알려진 환구단 대문과 같은 목조건축물로, 정면 3칸의 맞배지붕을 갖춘 모양 등이 1915년 조선호텔 입구로 쓰이던 대문 사진(광고전단)이나 1967년 조선호텔 재건축 전 찍은 컬러 사진과 일치한다.


▲ 촬영:윤완준기자

우이동의 환구단 대문은 인근 시내버스 차고지 입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소유주인 씨티앨리트앤컴퍼니 임선오 부장은 “조선호텔 재건축 때 대문을 옮겨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봉황무늬 수막새, 용무늬 암막새, 익공(기둥과 처마 사이에 놓은 날개 모양의 부재) 기법으로 볼 때 환구단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궁궐전문가인 이강근 경주대 교수는 현장에서 환구단 관련 문헌과 사진을 확인한 뒤 “왕실 사당인 종묘의 바깥대문과 비교한 결과 정면 3칸, 맞배지붕, 내림마루 끝의 용머리 등 건축양식이 같고, 황궁우 섬돌의 용무늬와 목조건축물 장석(목조건조물에 붙이는 쇠붙이)에 새겨진 용무늬가 흡사해 환구단 대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려 성종(983년) 때 제천의례가 제도화됐으나 하늘에 제사 지내는 것은 천자만 할 수 있다는 중국 명(明)의 압박으로 폐지됐다가 1897년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한 뒤 다시 환구단을 만들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