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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보이’로 찾아온 장혜진 “이번엔 ‘댄스 요리’ 맛보세요”

입력 | 2007-08-22 03:02:00

홍진환 기자


가수 장혜진(39·사진)이 댄스앨범을 냈다. 얼핏 생각해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의 조합은 ‘1994년 어느 늦은 밤’, ‘꿈의 대화’ 등 애잔한 발라드를 주로 불러 온 그녀였기에 더욱 그랬다. 잠깐의 외출인지 돌이킬 수 없는 외도인지 물었다.

“전 대중 가수잖아요. 대중에게 이것저것 집어 먹을 반찬이 많은 밥상을 차려 주고 싶었어요. 장르에 대한 변화가 있었을 뿐 그 장혜진이 어디 가나요. 제 변신도 딱 그 정도예요. 바람에 잔가지가 살짝 흔들리는….”

17일 홍익대 앞에서 만난 그녀는 10년 만에 처음 해 본다는 쇼트커트에 보이시한 차림이었다. 온라인에 미리 공개된 4곡의 반응에 대해 묻자 “제 나이에 주책이거나 미쳤다는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반응이 괜찮다”며 “댄스도 자신 있지만 17년차 가수 경력에 너무 나가는 거 같아 곡 분위기에 맞게 어깨만 들썩일 것”이라고 했다.

이번 앨범 ‘톰보이’의 10곡 중 8곡이 빠른 댄스곡으로 타이틀인 테크노풍의 ‘가라 사랑아’는 초반과 후렴구에 반복되는 요들창법이 인상적이다. 한상원, 박해운, 김도훈, 윤일상 등 내로라하는 국내 작곡가들이 이번 앨범에 참여했다.

그녀가 내놓았던 앨범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런 변신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1, 2집은 대중에게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인식될 만큼 록의 요소가 강했다. 4집 ‘완전한 사랑’을 통해 클레오파트라 스타일의 외적인 변신과 함께 라틴 댄스곡인 ‘돌아오지 마’도 불렀다. 그리고 작년 7집은 당시 유행했던 미디엄템포 발라드인 ‘마주치지 말자’가 젊은 층의 감성에 맞아떨어지며 인기를 누렸다. 이후에는 힙합그룹 리쌍의 개리가 참여한 디지털 싱글 ‘불꽃’도 발표했다.

“사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앨범마다 매번 파격을 시도했어요. 제가 원래 시대에 뒤떨어지는 걸 못 참아요. 패션도 그렇고 최신 가요나 유행어 모르는 걸 죄악시하죠. 가수는 나이를 먹어도 대중이 요구하는 음악이 뭔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이승철 씨가 큰 자극이 됐죠.”

바다가 부른 ‘내게로’, 린의 ‘키 작은 하늘’, 이은미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등 그녀의 노래는 리메이크가 많이 됐다. “내 노래를 리메이크 할 만큼 오래됐구나 느끼다가도 다들 각자의 느낌에 맞게 잘 소화해 주니 난 운 좋은 가수라는 생각이 든다”는 그녀는 인생 최고의 곡으로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꼽았다.

“1994년 정말 어느 늦은 겨울밤이었네요. 녹음 직전 김현철 씨가 긁적거린 가사를 쓱 읽어보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그렇게 울컥하는 마음에 부른 곡이 그냥 수록됐죠. 장사를 위한 ‘감각’만 살아 있는 요즘과 달리 그때는 ‘감성’이라는 게 있었는데…. 어떤 장르를 하더라도 저만의 ‘장혜진스러운’ 감성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