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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 조율 20일 밖에 안남아…구체적 성과 미지수

입력 | 2007-08-09 03:02:00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오른쪽)이 8일 청와대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경제 기자


대선을 불과 넉 달 앞두고 열리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올지 미지수다. 임기 말 대통령의 한계가 있는 데다 의제조차 정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정상회담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사전 준비 기간 20일은 의제 조율 등 정상회담 준비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2000년 6·15선언 때 합의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없이 또다시 평양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데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평화’를 다루나?=8일 발표된 합의문은 2차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관계를 좀 더 높은 단계로 확대 발전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 공동의 번영,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기 위한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는 점을 적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주요 의제를 가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정부 당국자들은 우선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 공동의 번영을 언급한 합의문 내용과 관련해 남북 정상이 북핵 문제의 순조로운 해결을 전제로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이행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또 남북관계의 확대 발전을 위한 논의에도 기대를 거는 눈치다. 정부는 2000년 1차 정상회담 이후 비(非)군사적 분야의 경제협력 등을 중심으로 추진해 온 남북관계의 발전이 추동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인정하며 “더욱 큰 과제의 실현을 위해서는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한 계단 도약을 위한 논의 부분에서 북측이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한미 합동군사훈련 철폐 △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른바 ‘근본 문제’의 해결을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또 북측이 그동안 남북문제는 ‘민족끼리’ 논의하되 핵문제와 정전협정 전환은 미국과 논의할 사안이라고 주장해 온 점에 비추어 핵문제와 평화협정 문제를 의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고집할 가능성도 있다.

▽북핵을 겨냥할 수 있나?=남측은 북한의 핵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태세다. 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점을 회담의 최대 목표로 잡았기 때문.

2005년 ‘9·19공동성명’과 올해 ‘2·13합의’에 따라 핵시설 폐쇄의 초기 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북핵 문제는 향후 북한의 핵시설 신고 및 불능화,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 조치의 이행 순서와 내용 등을 놓고 복잡다기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핵 폐기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당사자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최고위급 ‘담판’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1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선물’로 제시했듯이 인도주의적 분야에서 남측이 공을 들이고 있는 납북자 문제 해법의 도출 여부도 관심사다.

▽6자회담에 미칠 영향=2차 정상회담은 8월 5개 실무그룹회의와 9월로 예정된 차기 6자회담 사이에 열린다. 6자회담의 주무 부서인 외교통상부는 한반도 비핵화의 2단계인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를 위한 로드맵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열리는 정상회담이 비핵화의 동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라며 기대하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이 평소 ‘북한은 북-미 관계 정상화의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해 왔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핵 폐기 결단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遺訓)이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이 남북 간 합의내용 중 이행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비핵화 의지 표명은 말 그대로 ‘립 서비스’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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