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블로그나 미디어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평범한 당신(you)이 바로 올해의 주인공’이라고 발표하면서 2006년 올해의 인물로 UCC의 주인공 ‘당신’을 선정했다. 정보 생산과 이용의 주체인 개인이 UCC 등 미디어계 변혁에도 주체로 떠올랐음을 시사한 것이다.
‘UCC(User Created Contents)’란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손수제작물)로서, 동영상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음악 사진 그림 텍스트 등이 모두 UCC의 콘텐츠다. 인터넷, 디지털카메라,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 분야가 발달함에 따라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일반인도 기존의 미디어보다 빠르고 의미 있는 정보들을 생산해내면서 UCC가 확산됐다.
특히 동영상 UCC는 폭발적으로 양산되고 있는데, 이는 △기술의 발전으로 콘텐츠 제작과 전송이 쉬워지고 △사회·문화적 환경이 변하면서 인터넷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문화 생산에 참여하고 △경제적으로 커다란 부를 가져다줄 수도 있는 환경이 조성됨에 따른 것이다.( 참조).
모든 사회 현상에 명암(明暗)이 있듯이 UCC 역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참조). UCC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통로다.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 동영상이 빛의 속도로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한 뇌성마비 피아니스트는 베토벤의 월광을 연주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열띤 호응을 얻었고, 급기야 연주회를 열어 감동을 주었다. UCC를 통해 꿈을 이룬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동영상 UCC는 실용적인 정보도 많이 제공한다. 종이접기 책에 나온 설명은 복잡해서 쉽게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동영상을 보면서 배우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사건 현장에서 찍은 사진 또는 동영상은 UCC 형태로 빠른 시간에 전파됨으로써 대중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한 예로 2005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버지니아 주 조지 앨런 연방의원은 UCC 한 토막 때문에 낙선했다. 앨런 의원은 경쟁자 짐 웹 후보 진영의 인도계 자원봉사자를 ‘원숭이’라고 불렀다가 이 동영상이 UCC 사이트에 올려지면서 ‘인종차별자’ 딱지를 떼지 못하고 선거에 패했다. 장문의 기사보다 단 몇 초의 동영상이 파괴력을 가진 사례다.
그러나 UCC는 많은 문제점도 드러낸다. 여중생들이 친구에게 폭행을 가하는 영상이 유포되고, 심지어 성폭행 장면을 연출해 인터넷에 올리는 등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UCC는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UCC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앨런 의원의 경우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에 긍정적 사례로 볼 수 있지만, 만약 누군가 악의적으로 조작한 UCC라면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 조작된 UCC 내용을 가지고 네거티브(부정적인) 선거 전략으로 이용한다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UCC는 저작권과 관련한 문제도 갖고 있다. UCC 제작을 위해서는 음악 이미지 동영상 등 타인의 저작물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런 저작물 이용은 저작권 소유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UCC 제작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패러디와 같이 기존의 저작물을 편집 또는 수정해 제작하는 UCC도 많은데, 저작자의 본래 의도가 왜곡되거나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도 저작권 문제를 일으킨다. 초상권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개인의 얼굴을 허락 없이 촬영하거나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인 UCC는 그 문제점과 위험성 등 폐해가 잇따라 드러나며,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윤상철 경희여고 철학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