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튜닝(개조)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튜닝은 도박과도 비슷해서 한번 빠져든 뒤에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바꾸지 않으면 불안해집니다.
엄청나게 튜닝을 해서 자동차의 성능을 높여도 쉽게 만족하지 못하게 됩니다. 웬만한 자제력이 없다면 튜닝은 튜닝을 부르고 결국 경제적 한계에 이르러서야 멈추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기자도 지난 13년간 1년 연봉과 맞먹는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첫 튜닝은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를 정화해 주는 에어필터였습니다. 스쿠프의 최고출력 102마력은 젊은 혈기를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여기저기서 귀동냥한 얕은 지식으로 에어필터를 바꾸면 출력이 올라간다는 생각에 3000원짜리 순정품인 종이필터를 빼내고 5만 원짜리 스펀지 재질로 된 제품을 넣었습니다.
그때가 1994년이었는데 튜닝에 대한 정보가 지금에 비해서는 부족해서 튜닝 제품 하나 넣으면 뭔가 크게 바뀌는 것처럼 생각하는 마니아가 많았죠.
에어필터를 바꾼 뒤 기분상 차가 더 잘 나가는 것 같기도 해서 나름대로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6개월 뒤에 나타났습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시동이 잘 안 걸리게 된 것이죠.
손수 정비를 한다며 여러 차례 배터리와 연료계통 및 점화계통을 살펴봐도 이상이 없었습니다. 점화플러그가 휘발유에 젖어 있었는데 깨끗이 닦은 뒤 다시 넣으면 금세 시동이 걸려 짧은 지식으로는 원인을 알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아침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출근이 늦어버리는 일이 발생해 결국 정비센터에 차를 맡겼습니다.
원인은 에어필터였습니다. 스펀지 에어필터는 더러워지면 세제로 빨아서 전용 오일을 발라 다시 사용할 수 있는데 문제는 오일을 너무 많이 발라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죠. 물먹은 마스크를 입에 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순정 종이필터로 바꾸고 나니 시동이 시원하게 걸리는데 정비사가 그렇게 고맙고 존경스럽게 여겨질 수가 없었습니다.
실패한 첫 튜닝을 시작으로 기자의 고단한 튜닝의 길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카라이프와 자동차이야기는 격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