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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푸드]철만난 장어…튀기고 끓이고 덮밥까지

입력 | 2007-06-15 03:02:00


《‘맛있게 먹고 나면 장작을 패고 싶어진다’는

보양식 장어의 계절이 돌아왔다.

18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미식가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이 쓴 ‘미각의 생리학’

(국내 번역서 제목은 ‘미식 예찬’)에도

장어의 이런 효능을 암시하는 얘기가

등장한 것을 보면 그 ‘효험’은

동서양의 차이가 없는 듯하다.

장어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에게도 좋다.

외식비가 부담스럽다면 이번 여름에는 스태미나식인

장어요리를 집에서 만들어 먹어보자.

장어 소스는 한번 만들어 놓으면 여름 내내 냉장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다른 생선을 구우면서 살짝 발라 조리해도 별미다.

베테랑 요리사들이 추천하는 장어요리 비법과 이색 조리법을 소개한다.》

○ 튀겨 먹는 장어요리

여름철 보양 음식으로 인기인 민물장어구이는 조리가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초보 주부가 남편의 보신을 위해 장어요리를 시도하다가 양념이 타들어가는 바람에 낭패를 본 사례도 적지 않다. 아, 아까운 장어….

태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조리법은 없을까. 중국 사람들처럼 장어를 튀겨 먹으면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조선호텔 중식당 호경전의 조내성(45) 주방장은 산초 장어요리를 권했다.

우선 산초와 소금을 함께 볶아서 산초소금을 만들어 둔다. 장어는 3∼4cm 길이로 잘라서 칼집을 낸 후 간장으로 살짝 간을 한다. 샐러리는 1∼2cm 길이로 잘라둔다. 장어를 기름에 튀기고, 인삼과 통마늘도 기름에 살짝 튀긴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건고추, 샐러리, 인삼, 통마늘을 볶다가 장어와 산초소금을 넣은 뒤 살짝 더 볶아준다. 산초유를 넣어 마무리하면 완성이다.

독특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로 어향 장어요리도 있다. 장어를 튀긴 뒤 어향 양념으로 마무리한다. 어향 소스는 다진 마늘과 생강, 다진 야채(표고버섯과 죽순, 홍피망, 청피망), 두반장을 넣어 볶다가 육수와 소금, 식초, 설탕을 넣고 푹 끓이면 된다.

이렇게 만든 어향 소스에 튀긴 장어를 넣은 뒤 전분을 넣어 마무리하면 된다.

○ 조리때 비린내 흙냄새 없애려면

요리연구가 최신애(53) 씨는 육류를 싫어하는 남편을 위해 장어요리를 식탁에 자주 올린다. 요리연구가라는 직업의식까지 더해져 조리법에 유난히 관심을 기울였다.

힘들여 장어를 구웠는데 비릿한 냄새와 흙냄새가 난다면…. 끔찍하다. 최 씨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냄새를 없애는 비법을 발견했다.

세로로 길게 이등분된 장어를 본격적으로 조리하기 전에 겉을 한번 긁어내면 된다. 칼날을 수직으로 세워 더덕껍질을 벗기듯 겉면을 긁어주면 냄새를 줄일 수 있다. 껍질 쪽과 속살 쪽을 똑같이 긁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양념장을 만들 때 산초가루를 약간 넣으면 비린내나 흙냄새를 좀 더 확실하게 없앨 수 있다.

최 씨는 장어구이가 조리하기 번거롭다면 장어탕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추어탕처럼 장어를 갈아서 요리하기 때문에 양념이 탈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메뉴다.

장어는 청주 2술을 뿌려 큼직하게 썰어둔다. 양파 1개, 생강 1톨, 마늘 5∼6개, 청양고추 2개, 청주 4술을 물 3L에 장어와 함께 넣고 푹 끓인다. 양파 생강 마늘 고추는 건져내고 장어를 국물과 함께 믹서에 간다.

우거지는 삶아 놓고 표고는 불려서 썰어 놓는다. 대파는 4∼5cm 길이로 썬다. 우거지와 대파, 토란대를 양념(다진 마늘 2술, 고추장 1술, 생강즙 1술, 된장 3술, 고춧가루 2술, 산초, 간장, 소금, 후추 약간)과 함께 버무려 둔다.

갈아 둔 장어 물에 표고버섯과 무쳐둔 우거지, 굵게 썬 감자, 육수 2컵을 넣고 푹 끓인 뒤 들깨가루 1컵, 풋고추, 붉은 고추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마지막으로 다진 마늘 3술을 넣고 불을 끄면 보양식이 완성된다.

○ 장어구이 태우지 않으려면

장어구이를 할 때 양념이 잘 타는 이유는 양념에 설탕과 물엿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양념을 바른 뒤 조리 시간을 줄이는 것이 태우지 않는 요령이다.

장어요리 전문점 ‘퓨어’의 이기석(38·일식 요리사) 연구개발팀장은 장어구이를 태우지 않으려면 장어를 미리 오븐에서 바짝 익히면 된다고 말했다. 오븐이 없다면 포일을 덮은 팬에서 익혀도 된다.

요리연구가 최신애 씨는 찌는 방식으로 장어를 미리 익힌다. 찌게 되면 살이 더 부드러워진다. 양파 겉껍질을 물에 넣어 쪄 내면 장어의 냄새를 제거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최 씨는 덧붙였다.

다 익힌 장어에 장어 양념을 발라 데워 먹는다는 기분으로 익혀 먹으면 된다. 겉면 쪽에 2번, 속살에 3번 정도 바르면 적당하다.

장어구이는 생강과 잘 어울리는데 얇게 저민 생강은 반드시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낸다. 그래야 아린 맛이 없어져 생강 고유의 향긋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시장에서 사 온 장어 중 남는 것도 일단 구운 뒤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이 팀장은 귀띔했다. 생물로 보관하면 조리한 뒤 스펀지 같은 느낌이 난다는 것.

이 팀장은 아보카도 장어 김밥도 추천했다.

먼저 마요네즈로 무친 게살을 넣고 김밥을 뒤집어 만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장어를 김밥에 올린 다음 살짝 데친 아보카도를 그 위에 올린다. 여기에 데친 새우 살을 군데군데 올려 단단히 만다. 알맞은 크기로 썰어낸 뒤 날치 알을 올리고 장어양념을 뿌려주면 멋진 모양이 완성된다.

장어 뼈를 찬물에 담가 핏기를 제거하고 하루 이틀 햇볕에 바짝 말린 뒤 그대로 기름에 튀겨내면 아이들 간식이나 맥주 안주로 안성맞춤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장어구이 양념 만드는 법

장어를 구입할 때는 머리와 뼈를 함께 받아온다. 머리와 뼈는 장어 소스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료다.

2마리의 장어에서 나온 머리와 뼈를 오븐에 바짝 구워둔다. 이것에 물 5컵을 붓고 3분의 1로 졸인다. 건더기는 버리고 장어뼈 국물만 준비해 둔다. 여기에 간장 1컵과 청주 1컵, 설탕 반 컵, 올리고당 2술을 넣고 물의 양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 때까지 졸인다. 다 졸아들 즈음 맛술 3분의 1컵과 약간의 산초가루를 넣는다. 조릴 때는 국물을 적당히 휘저어 준다. 식으면 끈적끈적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풀처럼 완전히 끈적거릴 때까지 조릴 필요는 없다.

자료=요리연구가 최신애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