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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회피세금 189억 받아낸 공무원에 2000만원 성과금

입력 | 2007-05-09 03:00:00


국내 대형 빌딩을 사들인 외국법인이 교묘하게 회피한 지방세 189억 원을 집요하게 추적해 전액 납부하게 만든 서울시 세무공무원이 2000만 원의 포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예산성과금 지급을 위한 심사위원회를 열고 세무과 6급 직원 박생표(48·사진) 씨에게 개인 최고액인 2000만 원의 성과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예산성과금은 수입 증대 또는 예산 절감에 따른 인센티브로 건당 1억 원, 개인 2000만 원 한도 내에서 지급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 씨는 싱가포르투자청(GIC) 측이 2004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를 주식인수 방식으로 9600억 원에 사들이면서 취득세를 전혀 내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2005년 조사에 착수했다. GIC는 51% 이상의 지분을 가진 과점주주에 대해서만 취득세를 부과한다는 현행 지방세법을 각각 50.01%와 49.99%의 지분을 가진 2개의 페이퍼컴퍼니로 교묘하게 피해가며 170억 원의 지방세를 내지 않은 것.

GIC 측이 “자료가 보관돼 있지 않다”며 자료 제출 자체를 거부하자 박 씨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자료를 축적해 나갔다. GIC의 싱가포르 주거래은행, 싱가포르 정부의 기업정보 사이트, 수출보험공사 등을 통해 실제 주인을 추적했다. 결국 2개의 페이퍼컴퍼니 뒤에는 GIC의 부동산소유 전담법인이 버티고 있는 사실이 입증됐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취득세 170억 원을 부과했고 납부를 거부하면 서울시가 스타타워에 대한 압류에 나설 것을 우려해 GIC는 2006년 4월 170억 원을 전액 납부했다. GIC는 올해 2월 서울행정법원에 부과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박 씨는 또 각각 중구 순화동과 종로구 서린동의 2개 빌딩을 취득하면서 비슷한 방법으로 취득세를 회피한 2개의 외국법인을 추적해 2006년 4월 탈루한 취득세 19억 원을 거둬들이는 데도 성공했다.

국세청은 외국법인들로부터 회피 세금을 추징해 낸 서울시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박 씨와 함께 지난해 1년간 15개 외국법인으로부터 회피 세금 600억 원을 추징한 세무공무원 4명에게도 3500만 원의 성과금이 돌아갔다.

박 씨는 “복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거나 휴면법인을 인수해 지방세를 회피하는 외국법인들의 잘못된 관행이 중단된 것을 보람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박 씨 사례를 포함해 40건, 3억1800만 원의 예산성과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돌고래 수중쇼를 개발해 입장수입을 늘린 서울대공원 해양동물팀에는 1200만 원, 구의정수장 시설개선으로 공사비를 줄인 공무원 2명에게는 1000만 원씩 지급된다. 예산성과금 지급과 관련해 서울시는 포상자들의 활동으로 증대된 세입과 절감된 예산이 각각 3234억 원과 2982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예산성과금은 지난해(41건, 2억4500만 원)에 비해 30% 늘어났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