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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말 역성혁명 없어… 朴氏 왕가는 조작된 것”

입력 | 2007-05-09 03:00:00


신라 말기 박씨 왕가는 실제 존재하지 않았으며 고려 건국의 정당성과 명분을 얻기 위해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권덕영 부산외국어대 교수는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고대사학회 정기발표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다.

신라 말기 박씨 왕가는 김씨 세습제가 끊긴 53대 신덕왕부터 시작해 경명왕, 경애왕으로 이어졌고, 경애왕이 927년 견훤의 습격을 받고 자살하면서 끝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계에서는 박씨 왕가의 등장을 진골 왕통이 끊긴 탓이라고 보거나, 국정 쇄신을 위해 김씨가 성을 박씨로 바꾼 것으로 해석해 왔다. 하지만 권 교수는 “기존 왕조를 다른 성씨가 장악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전쟁, 반란과 같은 역성혁명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어느 문헌에서도 역성혁명을 찾아볼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권 교수는 “고려 건국자들은 신라 왕조 말기의 혈통을 박씨로 조작해 고려 개창의 정당성을 내세우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창겸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박씨 왕가를 무너뜨린 견훤은 왕건과 후삼국의 패권을 두고 다퉜던 인물”이라며 “고려 건국 세력이 적대 세력과 다름없는 견훤이 왕실의 정통성을 바로잡았다는 사실을 부각하면서까지 신라 말 왕가를 박씨로 조작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