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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신인석]은행들의 돈벌이, 씁쓸한 뒷 얘기

입력 | 2007-05-09 03:00:00


올해 1분기 시중은행의 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은 1조2000억 원에 근접한 천문학적인 이익을 냈고 2위를 다투고 있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모두 8000억 원이 넘는 이익을 거뒀다. 국민은행의 경우 자산대비수익률(ROA)로 계산해 보면 2%가 넘고 자본금대비수익률(ROE)은 30% 수준이다. 미국 우량 은행들의 ROA와 ROE가 각각 1.5%와 15% 정도이고 보면 우리 시중은행의 수익성이 국제적으로도 초우량인 셈이다.

1997년 경제 위기의 근원에 은행 부실이 있었고 당시 은행들이 자본 잠식 상태에 놓여 있었음을 상기하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금융 구조조정에 100조 원이 넘는 세금을 투입해 국민적 노력을 기울였던 기억을 떠올리면 감개가 적지 않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은행의 수익성 개선이 자체 경쟁력 향상의 결과라고 보기 힘들다. 각 시중은행의 이익 중 40% 이상은 LG카드 주식의 매각 이익이다. 어떻게 모든 시중은행이 LG카드의 주식을 보유하게 되었는가.

3년 전 무리한 외형 확장을 추구한 결과 LG카드는 사실상 파산 상태에 빠진다. 대규모 기업이 파산 상태에 놓였을 때 선진국의 경우라면 투자은행이 나서서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회사를 회생시킬 방안을 마련해 기존 채권자들을 설득하고 신규 자금을 투입하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일의 성사를 위해서는 조정자에 대한 각 채권자의 신뢰가 필수적이므로 투자은행 스스로도 자금을 투입하고 해당 기업의 대주주로 나서는 예도 많다.

이익 40%가 LG카드 주식 매각서

위험한 작업이기도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성공했을 때 얻게 되는 이익은 막대하다. 미국 월가 투자은행들의 중요한 수익원이 바로 이 같은 구조조정의 기획과 추진에 있다.

3년 전 LG카드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우리나라 시중은행들도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신규 자금도 투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출자전환과 자금 투입이 ‘선도 은행’으로서 기업 구조조정을 스스로 주도해서가 아니라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추진에 수동적으로 끌려간 결과라는 점이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당시 정부의 출자전환과 자금 투입 요구에 시중은행들이 눈치를 보고 일부 외국계 은행이 크게 반발했음을 기억할 것이다.

마지못해 구조조정에 참여하는 모양새를 보였던 시중은행들이 이제 겸연쩍게 그 과실을 거두고 있다. 만일 자발적 구조조정 기획과 추진의 결과였다고 한다면 이번 LG카드 매각 이익 발생은 ‘은행산업 선진화’의 증거로 환영할 만한 사안이다. 그러나 일의 전후를 알고 나면 오히려 은행산업이 구태의 수동성에서 탈피하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사건이라는 점이 씁쓸하다.

시중은행의 1분기 수익 중에서 LG카드 매각 이익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항목은 수익증권(펀드)의 판매수수료다. 금액도 적지 않지만 50%를 넘는 증가율도 눈에 띈다. 은행의 차세대 수익원으로 수익증권 판매수수료 등이 지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여겨진다. 국내 주가가 1,500을 넘어서고 중국 인도, 나아가 베트남 주식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적금통장을 만들기 위해 은행에 갔다가 창구 직원의 적극적인 권유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고 왔다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기도 하다.

걱정되는 것은 적금 대신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중에 적금과 펀드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없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묻지마식 펀드 판매 수수료도 큰 몫

투자자에게 금융상품의 위험 구조를 정확히 이해시키지 않은 채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불완전 판매’라고 한다. 금융시장의 일각에서는 은행의 수수료 수입 급증이 ‘불완전 판매’를 수반한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우려가 어느 정도라도 사실이라고 한다면 선도 은행이 금융시장 발전을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퇴보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1997년 16개였던 시중은행은 이제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7개로 줄어들었다. 많은 인력이 퇴출됐고 공적자금이 지원됐다. 이제는 은행이 국민에게 무언가를 보여 줄 때다.

신인석 객원논설위원·중앙대 교수·경제학 ishin@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