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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타자 이승엽, ‘기습번트 안타’로 출루

입력 | 2007-05-04 21:21:00


이승엽(31·요미우리)이 기습번트로 안타를 때려내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이승엽은 4일(한국시간) 도쿄돔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경기에 4번타자로 출전, 8회 기습번트 안타로 1루를 밟았다. 이날 경기에서의 유일한 안타.

이승엽은 4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소속팀 요미우리는 4-1로 승리했다.

최근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져 있는 이승엽은 첫 3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내는데 실패했다. 연속 삼진과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것.

8회 네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안타를 때려낼 수 없다고 판단한듯 3루수 앞에 기습번트를 시도해 안타를 만들어냈다.

안타를 기록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이승엽은 말이 필요 없는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타자 중 한 명. 방망이가 맞지 않더라도 화끈한 스윙으로 장타를 때려내는 것이 거포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게다가 야쿠르트 야수들은 이승엽이 당겨치는 것을 의식해 우측으로 이동해 있었고 깊숙한 위치에서 수비를 하고 있었다. 이승엽은 거포로서의 자존심을 포기하고, 상대의 수비 쉬프트를 역이용해 안타를 기록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배리 본즈, 제이슨 지암비 같은 좌타 거포들에게는 수비 쉬프트가 펼쳐진다. 이들의 경우 3루수가 2루 베이스 옆에 붙어 있을 정도로 극단적인 수비 쉬프트 형태다. 하지만 본즈나 지암비 같은 홈런 타자들은 비어 있는 곳으로 타구를 고의적으로 날려 보내지 않는다. 자신의 자존심을 구겨가면서 까지 안타를 때려내지 않기 위해서다. 기습번트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슬럼프를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홈런과 시원한 안타를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승엽이기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 번트안타였다.

4타수 1안타를 기록한 이승엽은 이날 경기까지 홈런 6 타점 17 타율 0.256의 시즌 성적을 기록중이다.

이승엽이 번트 안타를 때려낸 요미우리는 야쿠르트에 4-1로 승리를 거뒀다. 오가사와라의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올린 요미우리는 6회 요네노에게 동점 홈런을 얻어 맞았지만 다니의 적시타로 리드를 되찾았다.

요미우리는 경기 후반에도 다카하시의 2루타 등으로 2점을 더해 3점차 승리를 거뒀다.

한편 아시아를 대표하는 홈런왕 타이론 우즈는 같은 날 시즌 11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우즈는 나고야돔에서 열린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경기에 4번타자로 출전, 6회 좌측 담장을 넘기는 쓰리런 아치를 그려냈다. 시즌 11호 홈런.

이로써 우즈는 같은 날 홈런을 기록한 아라이 다카히로와 센트럴리그 홈런 공동선두를 유지했다. 우즈는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냈으며 승패를 결정짓는 홈런포와 적시타로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펼쳐보이고 있다.

6회 대타로 교체되는 수모를 당한 이병규는 2타수 무안타 2삼진을 기록했다.

주니치는 우즈의 홈런포를 앞세워 요코하마에 5-2로 승리했다.

※이승엽 타석별 상황 정리

-제 1타석 : 삼진아웃

-제 2타석 : 삼진아웃

-제 3타석 : 중견수 플라이아웃

-제 4타석 : 기습번트 안타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