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노빌샤 레코르트(기록이 경신됐다).”
요즘 러시아 주식 시세를 보도하는 신문과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이다.
러시아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인 러시아주가지수(RTS)는 지난주 2,000을 돌파한 뒤 이번 주에도 2,000 선을 넘나들고 있다.
RTS는 거래소 상장기업 50개 종목을 반영한 지수다. 러시아에서 최초로 증권거래소가 영업을 시작한 1995년 이 지수는 100이었다.
13일 2,001.59로 마감했던 RTS가 16일 2,008.42로 기록을 경신하자 러시아 증권거래소에 일하는 직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RTS가 500에서 1,000으로 가는 데 1년 반이 걸렸다. 당시 주가 상승의 버팀목은 석유 가스 에너지 기업이었다. 2003년 초 배럴당 30달러대였던 국제 유가가 지난해 평균 67달러로 치솟자 러시아 석유 기업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쳤다. 러시아 주식시장에서 석유 가스 등 에너지 기업의 주식 비중은 지금도 절반이 넘는다. 유가가 오를 때마다 RTS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13일 러시아 주가를 단숨에 2,000으로 끌어올린 요인으로는 러시아 국영은행인 브네시토르크방크와 즈베르방크의 거래소 상장과 석유 값의 재상승 등이 꼽힌다.
러시아의 석유와 무기 수출 대금을 결제하는 브네시토르크방크는 지난해 12억 달러(약 1조116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 은행은 9일부터 5월 7일까지 정부 지분 15%를 러시아와 런던 주식시장에서 공개한다. 이 은행이 시중 부동자금을 증권거래소로 끌고 오면서 주가 상승의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공과금을 받으면서 높은 수수료를 챙기는 즈베르방크도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하는 은행. 이 은행이 올해 3월 주식을 상장한 뒤부터 금융시장의 유동성은 더 풍부해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주식시장이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경고도 나온다. 러시아와 국영기업의 리스크가 큰 데다 연말 총선과 내년 대선 등 복병이 많기 때문이다.
정위용 모스크바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