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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 보존 교실

입력 | 2007-04-20 03:00:00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유물 보존처리실에서 이 박물관 천주현 연구원이 ‘문화재보존교실’ 참가자들에게 보존처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윤완준 기자


신기해요! 서화-고서 관리 비법

13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 유물과학부 천주현 연구원이 열쇠를 돌려 굳게 닫힌 철문을 열었다. 철문이 열리고 보존처리실로 연결되는 기다란 복도에 들어섰을 때, 이 박물관 ‘문화재 보존교실’에 참가한 30명의 얼굴은 호기심으로 상기돼 보였다.

참가자들은 고요한 복도를 한참 걸었다. 이윽고 서화 유물 보존처리실 안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렸다. 유물 손상 우려를 이유로 꼭꼭 닫혀 있던 보존처리실이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조선시대 서화가인 허련의 ‘무위구곡도’ 병풍과 조선 문신인 하연의 부인 초상화, 불화인 지장보살도, 지금껏 일반에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조선의 불화가 작업대에 배접(유물의 형태를 유지시키기 위해 고정하는 것)된 채로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존처리실 방문 전 1시간여의 강의 동안 다소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참가자들 한명 한명은 모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천 연구원의 설명에 귀기울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4월 한 달 동안 금요일마다 ‘문화재 보존교실’을 열고 있다. 보존교실은 보존과학 전문가들이 서화와 목칠공예품, 자기의 보존과 관리 방법을 소개하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보존 방법을 설명하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20대 대학생부터 60대 할머니까지, 대학생과 주부 직장인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다양했다.

박물관 교육홍보팀 이은미 씨는 “최근 고미술 애호가가 늘면서 전문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문화재 보존처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며 “박물관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지만 유물 전시와 달리 외부에 일절 알리지 않았던 유물 보존처리 과정까지 시민들에게 공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천 연구원이 창가리개를 내려 사방을 어둡게 만든 뒤 자외선램프를 서화들에 비춘다. “안료의 원료인 광물 종류에 따라 자외선 반응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같은 색이라도 자외선램프를 비춰 덧칠 여부를 알 수 있죠.”

천 연구원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질문이 이어진다. “한지가 누렇게 바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고서를 오래 보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종이가 바랜 것은 산성화됐기 때문입니다. 알칼리성인 탄산칼슘액에 5분 정도 담갔다가 물로 씻어내면 중화되면서 종이 색이 복원됩니다. 양지(洋紙)는 지우개를 곱게 간 가루를 붓에 묻혀 붓질을 하면 됩니다.” “집이 한옥이라면 고서를 케이스에 넣어 세워 보관하세요. 위에서 아래로 파고드는 성질을 가진 벌레를 막을 수 있습니다.” 쏟아지는 질문에 직접 시범을 보이며 답하는 천 연구원의 손놀림이 바쁘다.

참가자들은 직접 현미경으로 불화의 섬유질을 관찰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직접 보존처리과정을 실습하지 못해 아쉽다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천 연구원은 “참가자들의 열의가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다”며 “하반기 강좌부터는 탈산 처리와 건식 클리닝 등 서화의 보존처리를 직접 해보는 과정을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강좌에 참여한 연정애(45·여) 씨는 “유럽에서 살 때 일본인이 자기네 문화재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반면 우리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게 부끄러웠다”며 “우리 문화재가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 직접 보고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5년간 고미술품을 수집해 왔다는 최상천(43) 씨는 “정작 올바른 보관 방법을 몰라 처치가 곤란한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니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의 질문은 보존교실이 끝날 때까지 쉼 없이 이어졌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