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헌재 기자의 히트&런]말 실수는 스타들의 통과의례?

입력 | 2007-04-17 03:00:00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뛰고 있는 이병규(33)가 신인이던 1997년의 일이다. 이병규는 4억4000만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LG에 입단했다. 팬들과 언론의 관심이 높은 것은 당연했다.

이병규는 4월 15일 해태와의 경기에서 에이스급 투수였던 조계현을 상대로 2루타와 3루타를 연달아 쳐내며 이름값을 했다. 그러나 경기 후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 때문에 적지 않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신인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좀 더 열심히 던져 주셨으면 좋겠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말이 나온 후였다. 이병규는 최근 “정말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조계현 선배께 너무 죄송했다. 낯선 인터뷰에 너무 긴장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정확히 10년이 지난 올해. SK 신인 투수 김광현(19)이 본의 아니게 설화(舌禍)에 시달리고 있다.

시즌 직전 열렸던 미디어 데이가 발단이었다. 1년 선배인 한화 류현진(20)과 함께한 자리에서 ‘상대에 대해 한마디 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현진이 형은 단순해서 우리 타자들이 조금만 생각을 가지고 상대하면 얼마든지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간 장내에는 폭소가 터졌다. 현장의 분위기에선 그저 단순한 농담이었다. 이전까지 그는 “현진이 형은 부담스럽죠. 너무 잘하시잖아요”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각종 언론 매체에 그 부분이 특화되어 실리면서 김광현은 졸지에 예의 없고 건방진 선수가 돼 버렸다.

‘5억 신인’이니 ‘슈퍼 루키’니 하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지만 김광현은 아직 19세 어린 선수다. 주변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을 나이다. 그는 “요즘 인터넷을 하지 않는다. 욕들을 너무 많이 하시니까…”라고 했다.

부담감 탓에 제 실력을 펼쳐 보이지도 못했다. 두 번 선발 등판해 한 번도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평균자책은 9.45에 이른다.

그러나 거의 모든 스카우트들이 김광현을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보기 드문 선수라고 평가한다. 3학년 때도 혼자 숙소 청소를 하는 등 궂은일에 솔선수범하는 선수라는 것이다.

지금의 시련은 스타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다. 김광현이 하루빨리 성장통에서 벗어나 류현진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길 기대한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