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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대중문화예술인 복지회 ‘난장판 출범식’

입력 | 2007-03-29 03:00:00


“8년 동안 노조 총회를 한 번도 열지 않으면서 불투명한 운영으로 노조원을 기만…, 마이크 누가 껐어요? 마이크 켜세요!”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열린 ‘한국 대중문화예술인 복지회’ 출범식이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탤런트 김을동 씨가 갑자기 연단에 나가 이경호 복지회장 겸 연예인 노조위원장을 비판한 것이다.

연예인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인 민혜경 씨의 축사가 이어지며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돌연 냉랭해졌다.

정두언 주성영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연단 아래에 있던 이순재 최불암 안성기 정준호 신동엽 안재욱 김정은 류시원 차태현 백지영 씨 등 연예계 선후배들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김 씨는 “연예인 노조원에게서 걷은 노조비도 엉뚱한 곳에 쓰고 있는데 복지회 기금을 제대로 쓸 리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재욱 정준호 씨가 “그만하시라”고 말렸으나 김 씨는 멈추지 않았다. 참석자 사이에선 “노조 운영부터 똑바로 해라” “좋은 날 왜 혼자 소란을 피우느냐” 등 이견이 나오며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출범한 복지회는 연예인의 불안정한 고용 환경 개선과 복지 향상을 위해 선후배가 협력하자는 취지의 단체이며 방송사와 제작사에서 나오는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김영선 연예인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노조가 맡을 수 있는 연예인의 범위와 규모가 한계가 있어 복지회를 통해 이를 총괄할 필요가 있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연예계에서는 기존 노조와 유사한 취지의 단체를 설립한 명분과 운영비 조달 등에 대한 의혹이 이날 소동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MBC 탤런트실의 김수연 감사는 “연예인노조가 노조원의 의견과 불만에 관심을 기울인 적이 없다”며 “오늘 복지회 행사도 정치인과 연예인을 동원해 관심 끌기에만 급급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김 씨의 비판에 대해 “차기 노조위원장을 노리고 소동을 일으켜 관심을 끌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이 위원장과 연예인들이 환하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으나 복지회의 앞날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