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부설 화정(化汀)평화재단,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미국 조지타운대가 26일 워싱턴에서 공동 주최한 ‘2·13합의 이후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에 관한 국제학술회의에서는 한반도 평화의 원칙이 분명하게 제시됐다. 미 당국자와 한미 양국의 전문가들은 6자회담 2·13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것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지려면 ‘북핵 완전 폐기, 북한 인권문제 개선, 한미동맹 심화’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 행정부의 원칙을 잘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의 약속을 지킬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미국은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는 어떤 관계도 맺지 않을 것”이라고 언명했다. 이 원칙은 한반도의 평화를 근본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의 발언은 2·13합의 이후 ‘미국은 북이 핵물질을 외부로 이전하지만 않으면 기존 핵은 용인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세계 일각의 의구심을 일단 해소해 주었다.
힐 차관보는 더 나아가 “북한이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인권 등 국제적 기준들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는 단계에서는 북한 주민들이 적어도 인권 탄압과 기아(飢餓)의 공포에서는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이 건국 이래 추구해 온 자유민주, 평화통일의 정신과도 부합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도 그 토대 위에서 구축돼야 진정 민족을 위한 것이 될 수 있다.
회의 참석자들이 북-미 관계 변화 과정에서의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당연하다. 북-미가 수교하고,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뀐다고 해서 곧 평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국력도 키워야겠지만 한미동맹의 질적(質的) 심화 등 다양한 보장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그중 하나일 수 있다. 그래서 회의 참석자들이 ‘한미 양국이 동맹으로서 미래에 어떤 이익을 공유해야 할지’를 화두로 던진 것은 적절했다. 이 숙제를 풀어가야 할 책임은 양국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