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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절규 듣고도 아이 산채로 물에 던졌다

입력 | 2007-03-17 03:00:00

불안한 학부모 등하교 동행 “얘들아, 빨리 가자.” 11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유괴된 초등학생 박모 군이 유수지에 던져져 살해된 사건으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16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자녀의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던 학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귀가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유괴된 지 나흘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인천 M초등학교 2학년 박모(8) 군은 질식사한 것이 아니라 유괴범 이모(28·견인차 운전사) 씨가 물에 빠뜨려 숨지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이 씨가 “납치 당일인 11일 박 군의 손발을 묶고 테이프로 입을 막은 뒤 이날 오후 6시 반 연수구 동춘동의 한 카센터에서 구입한 쌀자루에 담아 오후 11시 반경 남동구 고잔동 유수지에 던졌다”고 자백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씨는 박 군을 목 졸라 살해하려 했으나 박 군이 “아저씨 왜 그래요, 살려 주세요”라고 애원하자 그대로 물에 던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씨가 박 군을 유괴한 뒤 살해 후 유기할 장소를 찾아 경기 부천과 시흥시, 인천 남동구 일대를 돌아다녔으며 쌀자루를 구입한 직후인 오후 7시 부모를 협박하기 위해 박 군의 목소리를 녹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씨는 유사 범죄 행위가 묘사된 영화 ‘그놈 목소리’는 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당초 이 씨는 경찰에서 “11일 오후 1시 반경 박 군을 납치한 뒤 테이프로 입을 막고 손발을 묶어 차량 뒷좌석에 태워 돌아다녔으나 이날 오후 11시 반경 숨진 것을 발견하고는 고잔동 유수지에 박 군의 시신을 버렸다”며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사망 원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가 통보되자 살해 사실을 시인했다.

박 군의 부모는 16일 부검이 끝난 뒤 인천가족공원에서 박 군의 시신을 화장해 공원에 유골을 안치했다.

한편 경찰이 수사 과정을 발표하며 일부 경찰력 동원 등을 허위로 부풀린 사실이 16일 본보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경찰은 유괴 첫날인 11일 용의자 이 씨가 박 군 부모에게 다섯 번째 협박전화를 건 공중전화를 감청한 오후 8시 29분 이후에는 문제의 공중전화 주변에 연수경찰서 자체 인력을 모두 배치해 범인 검거 활동을 펼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경찰은 이날 공중전화 주변에 경찰을 단 한 명도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청이 된 다섯 번째 협박전화 이후에도 이 씨가 오후 10시 51분까지 박 군을 견인차에 태우고 연수구와 남동구 일대 등을 돌며 두 차례 더 공중전화를 이용해 협박했지만 연수경찰서는 형사과 직원 52명을 소집했을 뿐 공중전화 인근에는 배치하지 않았던 것.

박 군이 유괴된 이튿날인 12일 오전 10시부터 경찰 169명을 연수구 일대 54개 공중전화 주변에 배치했지만 이때는 이미 박 군이 숨진 뒤였다.

이에 대해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16일 “박 군 유괴 살해사건 수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